이같이 ‘코믹과 감동’이라는 한국영화의 일반적인 장르법칙을 탈피해 ‘코믹과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의 코미디 영화 ‘죽이러 갑니다’가 오는 20일 영화 팬들을 찾아온다.
어느 화창한 날 엄 사장(김병춘)은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떠난다. 엄 사장 가족은 별장에서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지만 즐거움도 잠시, 가족들은 갑자기 낯선 괴한의 습격을 받고 순식간에 온몸 여기저기를 난도질 당한다.
공포에 질린 엄 사장과 가족들 앞에 정체를 드러낸 괴한은 바로 얼마 전 엄사장의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 김 씨(이경영).
김 씨의 요구는 딱 하나, 엄 사장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다. 가족들은 엄 사장에게 빨리 요구를 들어주라고 다그치지만, 엄 사장은 돈으로 보상해 주겠다면서 발뺌한다. 엄 사장 가족은 괴한과 대치하면서 별장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식당 배달부(박영서)까지 별장에 등장하면서 사건은 전혀 예기치 못한 쪽으로 흘러간다.
줄거리만 본다면 피가 튀는 잔혹한 슬래셔 영화를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영화는 냉소적 시선을 바탕에 깐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로 군데군데 재치가 번뜩인다. 목이 날아가 피를 분수처럼 뿜는 장면도 우스꽝스러운 음악과 함께 표현하면 공포감을 느끼기란 오히려 어렵다.
또 웃음과 스릴러를 내걸었지만, 웃음보다는 실소에 가깝다. 이는 괴한에게 신체가 잘리고 목숨을 위협받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엉뚱한 생각을 하는 인물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 때문이다. 가족이지만 서로 힘을 합치기보다는 헐뜯지 못해 안달이고 나중엔 적반하장 식으로 돌변하는 이들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황당하게 느껴진다.
박수영 감독은 ‘죽이러 갑니다’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가족주의나 집단 이기주의에 대한 풍자를 코미디로 승화하고 싶었다”며 “특히 비정규직을 포함해 사회적인 약자들의 입장에서 그들도 밟히면 폭발한다는 심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얼핏 보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구조의 스릴러이면서도 집중해서 보면 쉴새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 또 그 안에 우리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약자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승화시킨 영화 ‘죽이러 갑니다’가 올해 가장 신선하고 독특한 영화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