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주유소 폐업 위기
매출 작년말보다 절반 수준 마진폭 감소 영업이익 ‘0’
도내 지난 하반기 142곳 폐업… “갈수록 버티기 힘들 것”
“하루종일 일해봐야 손해만 보지만 문을 닫을 수도 없고, 힘들어서 못살겠습니다.”
10일 오전 11시 수원 D주유소. 유가가 지속적으로 급등하면서 최근 이 주유소의 매출은 지난해 말 대비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공급받는 원가는 꾸준히 상승한 반면 가격 경쟁 등으로 판매가에는 70% 정도만 반영, 오히려 마진은 줄었다.
D주유소 대표 박모(53) 씨는 “인건비 등의 부대비용을 제외하면 적자를 보는 셈”이라며 “이 추세로라면 직원을 감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모(46) 씨 H주유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금(50%)과 정유사 가격(46%)을 제외할 경우 주유소 마진은 4% 수준, 여기에 카드수수료(1.5%)와 영업비 등을 제외할 경우 실제 영업이익은 제로(0)인 셈.
이에 차씨는 주유소를 계속 운영을 해야할지, 문을 닫거나 정유사 직영점으로 변경을 해야할지 고심중이다.
이 처럼 최근 유가 급등이 지속되면서 영세 자영 주유소 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9일 현재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923원71전, 자동차용경유 가격은 1천734원78전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보통휘발유는 14.5%, 자동차경유는 18.9% 급등한 수치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6.1%, 7.8% 각각 상승했다.
경영 악화에 처한 영세 자영 주유소의 폐업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주유소 폐업 업체수는 총 185개로 이중 76%에 해당하는 142개 업체가 7~12월 사이 문을 닫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가는 상승하지만 주변 업체와 가격 경쟁 등으로 판매가는 쉽게 올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라며 “매출과 마진이 모두 부진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영세 주유소는 버틸 방법이 없어 폐업하는 곳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안경환기자 jing@
물류기업 경영난 봉착
상의 300개 기업 실태조사 결과 운영원가 상승 ‘직격탄’
해운부문 가장 심각… “특별한 대응책 없다” 70% 응답
최근 유가상승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물류업계가 경영활동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300개 물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가상승에 따른 물류업계 경영 실태’ 조사 결과,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때 물류기업의 운영원가는 평균 5.30%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10일 밝혔다.
또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35%, 5.72% 감소했다.
운송분야별로는 해운부문이 가장 타격이 컸다. 운영원가 증가율이 7.64%로 가장 높았고 영업이익 감소율도 8.08%에 달했다.
매출액이 가장 크게 감소한 운송분야는 육상 운송부문으로 5.20% 감소했다.
대한상의는 “운영원가 요인이 다양한 제조업체와 달리 물류업체의 경우 유가 상승이 운영원가 상승으로 직결돼 영업이익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유가상승에 따른 물류기업의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70.3%의 기업들은 ‘특별히 없다’고 응답했다.
또 ‘화주에게 유가상승분을 부과한다’는 응답은 28.0%에 그쳐 상당수의 물류기업들은 유가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상승분을 화주에게 요구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계약상의 이유’(57.5%)와 ‘화주와의 관계악화 우려’(22.6%)때문으로 조사됐다.
정부에 바라는 정책으로는 가장 많은 기업들이 ‘유가에 대한 자금 및 세제지원 확대’(65.3%)를 꼽았다. 이어 ‘내부 효율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20.3%), ‘화주 물류기업의 계약관행 개선’(14.4%) 등의 순이었다.
임재국 대한상의 물류혁신팀장은 “물류산업이 유가변동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만큼 유가상승 부담이 물류업계에 쏠리는 현상이 없도록 화주와 물류기업간 합리적 계약관행 정립과 정부의 정책 지원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홍성민기자 h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