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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엘레지 누보’로 돌아온 양파

여고생 가수 데뷔 15년 째… 소속사 문제 긴 공백 견뎌내
悲歌 어울리는 목소리 살려 세대 맞는 엘레지 담당할 것

 

■ 심수봉 선배 계보 이어요

30대 첫 음반 ‘엘레지 누보’로 돌아온 양파

가수 양파(본명 이은진·32)가 1997년 여고생 가수로 등장해 1집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한 지 올해로 15년 째다. 당시 나이답지 않은 원숙한 가창력으로 1집을 80만 장 이상 팔아치운 그에게 가요계가 거는 기대는 컸다. 이른바 잘 나갈때 과감히 미국 버클리음대로 유학길에 오른 그의 ‘음악 욕심’도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양파의 음악 보폭은 잰걸음이 되지 못했다.

2007년 6년 만에 5집을 냈고 다시 4년 만인 오는 31일 미니음반 ‘엘레지 누보(Elegy Nouveau)’를 발표한다. 긴 공백은 외적인 음악 환경이 순탄치 않았음을 뜻한다.

2001년 4집 이후 전 소속사와 전속 계약 문제로 6년을 보냈고, 다시 둥지를 튼 소속사의 경영 악화로 새 소속사로 옮기며 4년을 보냈다.

지난 27일 인터뷰 한 양파는 “음악하는 시간보다 외적인 환경을 견디는 시간이 길었다”며 “난 여자, 이은진의 삶보다 양파로서의 삶이 중요한데 그게 치이고 밟히는 상황이 계속돼 이젠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잊혀지면 어떡하나’란 불안감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이 시간들이 내게 밑거름이 될 거란 믿음은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은 30대가 돼 내는 첫 음반이다. 5집 때 호흡을 맞춘 작곡가 김도훈을 ‘멘토’ 삼아 2년에 걸쳐 작업했다. 김도훈의 도움으로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골라 입었다고 한다.

“한때 양파란 이름이 부끄러워 어렵고 고급스러운 음악을 고집했어요. 어린 시절 소속사가 ‘뽕 발라드’를 시키고, 이적 선배가 ‘넌 심수봉 선배 계보’라고 말하는 게 싫은 적도 있어요. 30대가 돼서야 심수봉 선배님의 음악적 깊이를 알게 됐고 이제 제 장점을 외면하지 않고 대중에게 편히 다가서게 됐어요.”

음반 제목이 ‘엘레지 누보’인 것도 이미자, 심수봉 등 ‘엘레지 가수’의 계보를 이어 지금 세대의 엘레지를 담당하겠다는 의미다.

“가수가 갖고 태어나는 운명은 목소리인데 나이가 들면서 비가(悲歌.Elegy)에 어울리는 제 호소력이 자랑스럽고 좋더군요. 제 음색엔 팝적인 요소도 강한데, 시대가 변하면서 ‘뽕 끼’와 ‘엘레지’의 성격도 바뀌니 전 지금 시대에 맞게 엘레지를 이어가고 싶어요.”

김도훈이 작곡한 타이틀곡 ‘아파 아이야’는 동양적인 멜로디의 팝 발라드로, 구슬픈 음색에 떠난 연인을 향한 미련의 정서가 담겼다. 또 양파의 자작곡 ‘그때 그 사람’은 스윙, 재즈, 록을 과감히 섞었지만 심수봉을 향한 오마주 곡이다.

“심수봉 선배님 노래를 죽 듣는데 당시의 언어들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때 그 사람’ 가사에 ‘사랑밖엔 난 몰라’, ‘당신은 누구시길래’, ‘젊은 태양’, ‘눈물의 술’ 등 선배님 노래 제목들을 넣어봤죠.”

그러나 음반 제목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고 음악적인 실험도 했다. 빅밴드 사운드의 듀엣곡 ‘본 아뻬띠’를 직접 작곡해 비스트의 윤두준과 함께 노래했다. 그는 이번 음반을 작업하며 대중의 선입견으로 인한 스트레스, 음악적인 열등감, 가창력과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린 자신을 돌아봤다고 했다.

“김도훈 씨가 제게 ‘넌 언제나 파랑새를 좇는다’고 하더군요. 높고 절대적인 가치를 좇는데 그것에 도달하지 못해 스스로를 괴롭힌다고요. 성격 탓인 것 같아요. ‘나는 가수다’를 보며 제가 과연 한 사람의 눈에 눈물 한방울을 떨어뜨릴 가창력인지 고민해요. 무식한 것 같아 인문학 공부도 하고 싶고 외모 콤플렉스도 여전해요. 하하.”

이제 아이돌 그룹 틈바구니에서 활동해야 하니, 10대에 데뷔한 그로선 아이돌을 바라보는 생각도 남다를 터.

“얼마 전 고교생인 아이유와 KBS 2TV ‘해피투게더 3’ 녹화를 했는데 절 ‘그 시절 아이유’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의 아이돌은 완성도가 훨씬 높아요. 전 빅뱅 같은 친구들이 세계로 뻗어가며 가요계를 발전시킨다고 생각해요. 전 그들만큼 ‘센 사람’이 아니니 경쟁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시간의 흐름을 순순히 받아들인 그는 대신 오랜 시간 지지해준 팬들을 헤아리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최근 나보다 나이 어린 팬클럽 회원끼리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며 “그분들이 자신들의 삶에 날 넣어줬으니 나도 공들여 음악을 만드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 팬들을 위해 대중 친화적인 음악에 마음을 한뼘 더 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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