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과학
쉴라 재서너프 글|박상준 옮김
동아시아|396쪽|1만5천원.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 29세의 기혼녀. 스턴 부부의 재정적·의료적 지원 하에 이들 부부의 남편인 월리엄 스턴의 정자와 자신의 난자로 인공수정된 아이를 낳은 뒤 생모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화이트헤드는 출산 후 계약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신에게도 양육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대리임신으로 출산한 아이에 대해 양육권을 요구하는 여성과 이를 부인하는 의뢰인 부부의 다툼 속에서,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하며, ‘가족’과 ‘부모’의 개념을 어떻게 다시 정의해야 할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질문들과 맞닿은 풍부한 판례들을 통해 오늘날 과학적 진리와 사법적 정의가 구성되는 사회정치적·문화적 맥락들을 이해하는 데 불가결한 인식론적·지적 전환점들은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과학과 법이 체계적으로 불화하며 심지어 양립불가능하다고까지 하는 통상적인 진단·평가를 넘어서서, 저자는 사회에 깃든 채로 운용되는 이들 두 제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일정 정도 서로를 구성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법과 과학을 둘러싼 기존 담론에 대해 저자는 세 가지의 의문을 던진다. 법과 과학을 그 자체로 독립된 실체로 가정·간주하는 실재론적 접근 방식. 또하나는 ‘법 지체’의 관점에서 법이 늘 과학 발전과 변화의 꽁무니만 좇는 양 간주해온 통념이나 관련 이론들에 대한 비판이다. 마지막으로 익숙한 통념들과는 다르게 법과 과학의 끊임없는 상호되먹임 과정이 그 유효성을 온전히 발휘할 방법이다. 법과 과학의 유효성과 정의를 되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