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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안병직의 증언과 옹졸한 한국의 좌파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출간한 자신의 저서 ‘보수가 이끌다-한국 민주주의의 기원과 미래’에서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1960~70년대 주요 시국사건으로 꼽히는 인혁당(인민혁명당), 통혁당(통일혁명당),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 등이 일부의 주장처럼 정부에 의한 용공조작 사건이 아니라 대부분 실체가 있는 공산혁명운동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좌익운동 이론가로 활동한 안 교수는 1979년에 발각된 남민전의 경우 명백히 북한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려 했고 무장게릴라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도 행각까지 벌였는데도 2006년 관련자 29명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대학원에 입학한 1962년 빨치산 출신으로 인혁당 가담자인 박현채의 지도아래 사회주의자가 됐다고 고백한 뒤 인혁당은 4·19 이후 첫 자생적 공산주의 정당이었고, 통혁당은 주모자인 김종태가 월북해 북한 지령·자금을 받고 결성된 공산혁명 조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상대에서는 통혁당의 하부운동이 활발했는데 신영복(성공회대 석좌교수)과 박성준(전 성공회대 겸임교수) 두 사람이 리더였고 신영복은 김종태가 포섭한 통혁당의 2인자 김질락의 지도를 받았다고 했다. 이 사건으로 김종태와 김질락은 사형됐고 신영복은 무기징역, 박성준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냉전 시대 지식인들 가운데 이처럼 좌익사상에 빠져든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공산체제의 진실을 보게 되면 자신의 사상적 과오를 솔직하게 고백해 후학(後學)들이 자신들과 같은 환상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식인의 양심이다. 그래서 사상적 전환에는 늘 공개적인 선언이 필요하다. 카뮈와 사르트르는 나치에 대항해 함께 투쟁한 동지였다. 전후(戰後) 프랑스 지식인 사회는 좌파가 판을 쳤다. 그러나 스탈린주의에 실망한 카뮈는 혁명적 폭력을 비판하는 ‘반항적 인간’(1951)을 발표하고 공산주의와, 그리고 사르트르와도 결별했다.

안 교수는 1970년대까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로서 한국을 ‘식민지 반(半)봉건사회’로 비판했었다. 그러던 그가 한국의 자본주의적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입장을 바꾸었을 때 그를 따르던 몇몇 제자들은 사제지간의 연을 끊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안 교수는 자신의 ‘전향’을 알리면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고치려고 노력해왔다.

사람이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면서 젊은 시절의 신념을 바꾸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것을 변절이라고 비난한다. 일례로 운동권에서 보수로 전향한 김문수 지사를 변절자라고 비판하는 태도가 그렇다. 자신조차도 더 이상 믿지 않는 생각과 이념을 붙들려고 안간힘을 쓰는 어리석은 좌파의 추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 가운데는 이젠 용도폐기 된 낡은 이념을 버리지 못하고, 변절자라는 소리가 두려워 옹졸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좌파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은 진보로 위장한 채 보수의 뒤통수만을 노린다. 공공연한 사실마저 공개적으로는 부인하는 특성을 가졌다.

‘강남좌파’라는 말이 있다. 생각은 좌파인데 생활수준은 강남 사람에 못지않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여기엔 두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좌파가 부자가 된 경우와 부자가 좌파가 된 경우다. 전자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에 출몰한 강남좌파를 말하고, 후자는 이명박 정권 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지난 4·27 재·보선 때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분당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도 이들 강남좌파의 힘이었다. 옹졸한 좌파들이 거꾸로 세상을 가고 있는 동안에 강남좌파가 용기 있게 커밍아웃을 한 셈이다. 진정한 좌파도 못되면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떳떳하다면 공개적인 자리로 못나올 이유가 없다. 그들의 신념이 옳고 그른 지의 판단은 그 다음 문제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