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개봉됐던 영화 중에 ‘굿바이 미스터 칩스’라는 영화가 있다. 제임스 힐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사회의 제반 부조리 밑에서도 분명한 신념을 지니고 의연히 어려운 상황에 맞서서 교육자로서의 강인한 자세와 아울러 사랑의 만남과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준 영화로 교직에 몸담고 있는 모든 이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불신과 불확실의 세대에 생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생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해와 순수한 사랑일 것이다. 인간은 자신과 더불어 나 아닌 다른 이를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공감하고 공존한다. 또한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보다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고 성취해 나가는데 큰 목적을 둔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교양정신을 높이며 생명적인 것을 추구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
요즘 정치권을 비롯해 반값 등록금 문제로 대학들이 본의 아니게 소용돌이에 휩쓸려 시끄럽다. 시끄럽다고 표현한 것은 문제의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의미 없는 소모적 논쟁이라고 폄하하는 표현이 아니다. 다만 문제의 본질보다 외면적인 사안을 가지고 가열된 분위기로 인해 그 수습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염려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언론을 비롯해 사회의 여론은 OECD 국가의 등록금 비교와 일부 대학에서 적립된 기금의 규모와 사용의 용도를 가지고 절대적으로 등록금의 반값주장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가계 형편과 우리의 현실에 비춰 등록금이 녹록한 문제는 아니라 여겨진다. 하지만 문제의 접근에 대한 주장을 비롯해 진행되는 일련의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다소 억지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의 발단은 근본적으로 등록금의 적정금액에 대한 원가계산을 비롯해서 지나치게 과하게 책정됐다고 이슈화된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선거 공약을 비롯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염두에 둔 일부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인 주장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습성은 전후좌우를 살피거나 상황의 논리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자신의 인기와 처세를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데 익숙해 있어 실제로 제기된 문제의 본질과 그 결과에 대한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는 다소 무책임한 사람들이라 여겨지는 것도 오늘내일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문제도 그렇다. 등록금의 쓰임과 또 대학마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겠다는 민감한 부분만 주장하고, 그 대안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의 반값 추진과 아울러 향후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게 될 지 모르지만 더 심각한 상황은 등록금 문제로 대학들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학생들을 비롯해 학부모, 일반 국민들까지 대학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어 교육기관으로서의 입지는 물론 학생들과 올바른 인격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싶다.
옛말에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보고 절을 한다고 했다. 등록금 반값 논쟁으로 이어진 대학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학생들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설지 심히 염려스럽다. 일부에서는 대학의 무용론을 부르짖고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보다 학생 등록금을 착취하는 기업으로 전락한 느낌마저 든다.
정치권과 사회단체들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을 위해 대학을 흔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시장에서 물건 값을 흥정하는 것처럼 대학의 등록금이 책정돼서는 안 되듯이 등록금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접근 또한 좀 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어떠한 경우라도 대학 교육 환경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사회적 복지정책과 더불어 등록금 지원에 대해 합리적인 방향에서 논의돼야지, 대학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마녀 사냥식의 등록금 반값이라는 자극적인 접근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대학의 기능이 약화됐다 할지라도 대학은 우리 사회의 인재를 양성하고 아름다운 인격 형성의 만남이 있는 교육의 장이기 때문이다. /강준의 용인대학교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