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실에서 처음 만난 A씨는 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의 40대 후반의 남성이었다. 그는 건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자신감이 충만해 보였다. 평소 술이나 담배는 전혀 하지 않았으며, 육식도 좋아하지 않아 채식 위주의 식사를 했고,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자신이 암에 걸린 상황을 이해할 수 없으며, 건강에 대한 과신으로 정기 검진을 하지 않은 게 모든 원인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항암 치료 중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돼 전이암에 대한 표적치료를 시행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까지 가게된 안타까운 환자였다.
B씨는 70대의 여성분으로 직장암 말기로 입원했다. 오랜 기간 배변 시 출혈이 보였으나 검진을 계속 미뤘다고 했다. 평소에 치질이 있었던 터라 치질로 자가 진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한참 늦게 찾은 병원에서의 진단은 직장암 말기였다.
C씨는 40대 위암을 진단 받은 남자 환자로 건강검진의 엄청난 수혜자였다. 건강 보험 공단에서 보내온 위암 검진표를 받고 별 생각 없이 찾았던 병원에서 위암을 발견했고, 조기 발견으로 향후 치료뿐 아니라 예후까지도 양호한 상태가 됐다.
병원에서 만나는 많은 환우들과 애기를 나눠 보면, 대체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모두가 ‘나는 건강하다’는 건강에 대한 과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자신감이 평소 건강 검진을 소홀히 했으며, 식생활에 대한 절제가 없었고 바쁘다는 이유로 규칙적인 운동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충격은 더욱 크게 된다. 암은 평소 체질적으로 약하고 병치레도 자주 하는 사람들, 나 말고 남한테 걸리는 병,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것이지 내 인생과는 관계 없는 병… 이렇게 살아오다 덜컥 “암입니다”라는 선고를 받고 나면 엄청난 충격과 혼란 속에서 헤매게 된다.
우리나라의 사망원인의 1위는 암이 차지하고 있다. 암 발생률이 30%를 넘어섰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 가정에 1명 이상의 암환자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암 발생률을 보면 남자의 경우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방광암 순이며 여자는 유방암,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자궁 경부암의 순으로 발생하고 있다. 암을 불치의 병이나 난치의 병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암이 상당히 진행돼 치료가 어려운 시기에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암은 어느 누구에게나, 어느 연령에서나 예고 없이 발생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불치의 병이 아니라 암환자의 3분의 1은 예방가능하며, 3분의 1은 조기 진단되면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3분의 1은 적절히 치료하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병이다. 그러므로 암의 가장 좋은 퇴치 방법은 1차적으로 암의 발생 그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며, 2차적으로는 암을 조기 발견, 조기 치료하는 것이다.
암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암 위험 요인을 제거해야 하고 개개인의 건강 생태 및 생활 습관을 개선시켜야 한다. 암을 조기 발견, 조기 치료하기 위해서는 암의 위험신호나 경고 증상이 나타날 경우 지체 없이 전문의와 상의해야 하며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상의 중년에서는 적어도 매년 한번씩 정기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암은 이상 증상을 느끼게 되면 이미 수술로 제거하기 어려울 만큼 진행돼 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른 암검진이 중요하다. 진행암의 경우에는 좋은 치료 방법이 개발됐다 해도 그 예후는 좋지 못하나, 조기 발견된 경우는 거의 완치에 이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 검진 등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인에게 흔한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 경부암 등은 비교적 쉽게 검진을 받을 수 있으며, 조기 발견해 치료 받을 경우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위암의 경우 조기 진단만 되면 90% 이상이 완치되고, 대장암과 자궁 경부암은 암 검진으로 암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으며, 유방암도 조기 진단만 되면 유방 모양을 그래도 유지하며 암을 완치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암을 절대 무시하면 안된다. 한번 암환자는 일평생 암환자이다.
흔히들 5년 지나면 암은 완치됐다고 말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완치가 아니라 관해이다. 암에 완치란 없다. 좋아졌다고 해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하는 말, “절대 암을 무시하지 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