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에서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둔 신경전이 연출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날 대구 방문 과정에서 ‘투명 공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직후 당내 일각에서는 공천 방식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20일 언론 인터뷰 등에서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중 3분의 1은 국민 추천을 거쳐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처럼 서바이벌 투표 방식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최고위원은 또 8월까지 마무리짓기로 한 ‘현역의원 평가를 위한 공정한 기준 마련’과 관련, 외부인사나 내년 총선에 나가지 않을 당내 다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평가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공천과 관련한 지도부 차원의 공식 논의가 전혀 없는데 왜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이야기하나”라며 “그 일은 공천개혁 TF를 만들어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쇄신파인 남경필 최고위원도 “그런 비례대표 선발 방식은 지도부에서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순전히 개인적 아이디어 같다”며 “공천 방식을 한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공감했다.
이와 관련, 당은 내주 ‘공천개혁 TF’를 구성해 국민경선제 도입과 현역 의원 평가를 위한 공정한 기준 마련 등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나, TF 구성을 놓고도 각 계파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유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새로 구성된 만큼, 지난 지도부에서 공천개혁특위위원장이었던 나 최고위원이 계속 이 일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친박계는 최고위원회의가 지난 12일 합의한 ‘국민경선제 도입·현역의원 평가를 위한 공정한 기준 마련’ 등의 작업에도 친박계 이혜훈 제1 사무부총장이 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다만 홍준표 대표의 측근인 김정권 사무총장은 “국민경선제 도입과 관련한 작업은 나 최고위원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
이런 신경전이 조기에 불거지는 것은 공천의 민감성 때문이다.
특히 18대 총선 당시 친박계에 대한 친이계의 ‘공천 학살’을 경험한 의원들이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