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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박완서 문학마을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소설가 박완서는 후배 정이현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색깔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자 이렇게 말해줬다. “스패니시 옐로우라고 하는데 햇빛이 강한 스페인에서 많이 쓰는 색이래요. 고흐가 그린 그림에도 이런 노란색으로 그린 집이 있어요” 예순 여덟의 나이에 고향인 경기도 개풍(현재 황해북도 개풍군) 집과 닮은 풍수(風水)에 끌려 ‘나만의 귀향’을 한 구리시 아천동 아치울의 집을 사람들은 ‘노란 집’이라고 불렀다. “나는 완행열차를 타고 개성 역에 내리고 싶다. 내 발로 걸어서 농바위 고개와 간등 고개와 솔개 고개를 넘고 싶다. 그 고개를 내 발로 쉬엄쉬엄 넘다가 운수 좋으면 천천히 지나가는 달구지라도 얻어 타고 싶다. 아무의 환영도 주목도 받지 않고 초라하지도 유난스럽지도 않게 표표히 동구 밖을 들어서고 싶다. 계절은 어느 계절이어도 상관없지만 때는 일몰 무렵이었으면 참 좋겠다.” 작가는 산문집 ‘두부’에서 귀향을 간절히 꿈꿨다. 하지만 끝내 귀향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작가는 이곳에서 글을 쓰며 텃밭도 가꿨다. 해질 무렵의 귀향을 꿈꿨던 작가가 말년을 보낸 ‘아치울’은 노을에 물든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차산 동쪽 마을이다. 구리시가 아치울에 조성하려고 했던 ‘박완서 문학마을’이 고인의 뜻에 따라 중단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가난한 문인들에게 부의금을 받지 말라”고 유언 했을 만큼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려했던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유족들이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4월 구리시는 고인의 기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작고할 때까지 13년 동안 살았던 집 주변에 문학관, 문학공원, 문학비 등을 만들고 고인이 생전 작품을 구상하며 산책하던 장자호수공원∼대장간 마을∼아차산 고구려 보루를 잇는 ‘문학 둘레길’(약 4km)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족들은 “(어머니는)보통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어 하셨고, 책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어 하셨다”며 이 뜻을 구리시에 전달했다. 지난해에는 등단 40주년을 맞아 아치울에 기념비 건립을 추진했으나 고인의 만류로 무산되기도 했다. 구리시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문학마을 조성사업은 중단했지만 2009년부터 인창도서관에 운영 중인 ‘박완서 자료실’은 계속해서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이곳에는 등단작인 ‘나목(裸木)’의 초판을 비롯해 고인의 작품 177점과 친필 원고,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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