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31 (목)

  • 구름많음동두천 31.2℃
  • 구름많음강릉 30.1℃
  • 구름많음서울 33.4℃
  • 구름조금대전 33.1℃
  • 구름조금대구 31.8℃
  • 구름조금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1.5℃
  • 맑음부산 31.8℃
  • 맑음고창 33.2℃
  • 구름많음제주 30.4℃
  • 구름많음강화 30.5℃
  • 맑음보은 30.3℃
  • 맑음금산 31.1℃
  • 맑음강진군 31.7℃
  • 구름조금경주시 32.5℃
  • 맑음거제 29.8℃
기상청 제공

[인터뷰] 내 음악 인생은 ‘소나타 3악장’

피아니스트 한동일
음악신동·유학파음악인 ‘1호’
“50周 콘서트, 아버지와 연주
내 생애 가장 감동적인 무대”

 

“후배 피아니스트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 같은 거? 그런 건 없어요. 그저 ‘Cheer Up!’(힘 내!)이라고 격려할 뿐 입니다.”

‘Peace&Piano Festival’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콘서트’를 앞두고 지난 12일 진행된 리허설에서 만난 한동일(70) 피아니스트는 겸손함이 몸에 베어 있는 따뜻한 음악가 그 자체였다.

김대진 지휘자가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연습에 한참 몰두하고 있을 때 도착한 그는 흐름을 깰까 봐 조용히 옆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는 속 깊은 배려까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리허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마치 본 공연을 실감케 할 만큼 파워풀하면서도 감미로운 연주를 통해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그에게 이번 페스티벌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음악은 그 자체가 ‘평화’이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죠. 이번 페스티벌은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뜻 깊은 축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리는) 오래 전부터 있었어야 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돼 피아니스트의 한 사람으로 참여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6·25 종전 다음해인 1954년 6월, 13살의 나이에 미군 헬기를 타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1965년 뉴욕 레벤트리트 피아노 국제콩쿠르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국내 ‘음악신동 1호’이자 ‘유학파 음악인 1호’이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세계의 높은 벽을 뛰어넘은 그가 있었기에 지금 세계적인 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국내 피아니스트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겠다.

많은 초청 연주회와 음악회 등을 해왔던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공연에 대해 물었다. 그는 2004년 6월 1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창단 멤버로 지난 71년에 은퇴한 팀파니 주자인 아버지 고(故) 한인환 옹과 한 무대에 섰던 50주년 기념콘서트를 꼽았다.

“당시 91세이셨던 아버지와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꿈만 같았죠. 아버지의 팀파니와 아들의 피아노, 서로의 악기로 교감하는 장면이 연출됐는데, 제 생애에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70세의 나이에 접어든 그는 교수생활도 40년을 넘게 해 왔지만, 아직까지 음악가로서 부족하고, 채울 것이 많다고 말한다. 그런 그이기에 후배들에게 충고할 자격도 안 되며, 오직 격려할 뿐이란다.

“팝 아트로 유명한 앤디 워홀은 ‘인생이라는 길을 15분간 걷다 보면 자신의 인기를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생을 음악으로 치자면 전 ‘소나타 3악장’ 정도쯤 와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곡을 마무리하려면 면 조금 더 가야할 거 같아요.”

공자가 말하길 60세면 ‘이순(耳順, 귀가 순해진다)’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통해 귀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순한 한동일, 인터뷰를 끝내고 힘을 줘 하는 악수를 통해 음악가로서의 열정 또한 느낄 수 있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