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이제 세계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 봤던 시발택시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일본 도요다 자동차와 기술제휴 한 신진자동차로부터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된 이래, 현재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르노-삼성 등 5개 국내 메이커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금년 상반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319만 대를 판매한 현대·기아 그룹이 세계 5위의 판매량을 달성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림으로써 우리나라는 이제 자동차 강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뿐만 아니라 수입자동차 역시 막강한 위세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다. 금년 7월 매출액 기준으로는 수입차가 약 6천 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 24%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GM 대우가 무늬만 국산이지 실제로는 GM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수입차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자동차가 세계로 진출하는 만큼 외국 자동차도 국내로 밀려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성장한 자동차 산업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실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회사들, 특히 현대·기아 그룹은 수출용과 내수용의 품질이 다르다. 안전장치가 다르고 사용하는 철판의 종류가 다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필수적인 안전장치인 에어백조차도 북미 수출용엔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장착하고 내수용에는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을 장착한다. 심지어 최근에 5천만 원을 호가하는 모 회사의 고급 대형모델이 사고가 났는데도 에어백이 미전개해 많은 논란을 일으킨 바가 있다. 필자는 이제 우리나라도 북미처럼 엄격한 레몬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있음을 주장하고자 한다. 이미 현대·기아 그룹을 비롯, GM대우 등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내수보다는 수출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북미 수출이 주력이다. 북미에 수출되는 차량은 전부 북미 레몬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수용 차량도 북미 정도의 레몬법을 적용해도 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레몬법에는 문제가 있는 차량을 판매했을 때의 보상기준도 적시되지만 품질로 인한 생산자 책임과 관련한 처벌 및 보상 규정도 적시되어야 한다. 북미에서는 차량 결함으로 사고가 나서 인명과 재산상 피해가 있을 시 단순히 문제 있는 차량의 교환이나 환불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징벌적 보상(punitive damage)까지 규정하고 있다. 미국 GM이 연료탱크와 관련한 차량 구조의 결함으로 죽지 않았어야할 운전자가 죽었다고 가족들이 소송을 걸어 억대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판결 받은 유명한 사건도 있었다.
이제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수입차에 대한 면역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국내 내수용 차량에 대한 품질 향상과 서비스 질의 제고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자동차 산업이 걸음마 단계였던 8-90년대와 시장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져 이제 판매만이 아니라 서비스와 품질 면에서도 국제적 위상을 가져야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피 튀기는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북미 수준의 레몬법 제정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