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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국정기조 ‘공생발전’…‘균형·질적 성장’ 강조

‘생태계 유지하며 발전’ 의미… 따뜻한 시장경제 지향
정치권 복지 포퓰리즘 경계·균형재정 2013년에 달성
“올바른 역사 가르칠 책임” 대일메시지 ‘언중유골’
‘책임행동·진정성’ 요구 대북메시지

 

■ 李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공생 발전(Ecosystemic Development)’.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제66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의 키워드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공생 발전’은 ▲경제와 사회 발전이 양적인 향상만큼 질적인 제고를 담보하는 것이어야 하고 ▲발전의 결과물은 계층·지역간 격차의 확대가 아닌 축소로 나타나야 하며 ▲경제 성장은 ‘승자독식 구조’가 아닌 함께 과실을 나누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성장이 돼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한다. 이른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따뜻한 시장 경제’, ‘함께하는 성장’의 철학이 명실상부하게 국정 운영의 전면에 등장한 셈이다.

■ ‘함께 잘사는 시장경제’ 천명=이 대통령은 ‘공생 발전’의 키워드를 꺼내들면서 “기존의 시장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생 발전’은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동반 성장’, ‘상생’의 가치에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ics)’적인 개념을 융합한 것이다. 생태경제학은 경제시스템을 ‘자연 생태계’와 동일시한다.

이 대통령이 ‘발전’이 아닌 ‘진화’란 표현을 쓴 것 역시 경제·사회 시스템을 유기체로 보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개념은 어느 한 종(種)이 멸종하면 전체 종에 악영향이 불가피한 자연 생태계처럼 우리 사회의 각 경제 주체 중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사실 이는 새로운 철학이라기보다 지난해 경축사에서 제시한 ‘공정한 사회’를 한 단계 더 계승 발전시킨 것이다.

‘공정한 사회‘ 역시 대ㆍ중소기업 상생 발전을 모색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 임기 전체로 볼 때에도 집권 초기 제시한 ‘잘사는 국민ㆍ따뜻한 사회·강한 대한민국’의 국정 철학이 그 기저를 유지한 채 ‘친서민 중도실용’, ‘공정한 사회’, ‘공생 발전’으로 매년 조금씩 진화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평소 ‘승자독식’ 구조로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 개인의 행복 제고가 불가능하다는 고민을 여러차례 내비쳐왔는데, 이번 경축사를 통해 남은 임기 동안 ‘함께 발전하는 따뜻한 시장경제’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 ‘복지 포퓰리즘’ 경계= 이 대통령은 올해 복지 예산이 역대 최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경쟁에는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리스의 예에서 보듯 우리보다 앞서가던 선진국들에서 정치권이 포퓰리즘 정책을 앞다퉈 내놓다가 결국 국가 부도 사태를 맞고 후대에 부담을 주는 역사적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경제각료들을 긴급 소집해 세계 재정 위기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을 강하게 비판하고 재정 건전성 확보에 각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오는 24일 예정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염두에 둔 듯한 언급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잘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복지를 제공하느라 어려운 이들에게 돌아갈 복지를 제대로 못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무상급식 투표가 무료 급식의 범위를 저소득층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전체로 확대할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인 만큼 이 대통령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 재정건전성 유지에 방점=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균형 재정을 달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언급은 미국·유럽발 재정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절대로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재정 위기는 다른 위기와 달리 해결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위기”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 유지의 선결 조건으로 복지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들었다.

직접 예를 들지는 않았지만, 여야에서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무상 보육, 무상 급식, 현실성없는 등록금 인하대책, 법을 무시한 저축은행 피해보상 등이 결국 재정 건전성을 해칠 주범으로 인식한 듯 하다.

이 대통령은 이미 새해 예산안 기조의 재검토를 지시한 상태여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항목별 우선 순위 조정 등이 예상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균형 재정을 추구하면서도 맞춤형 복지와 국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예산은 적극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점을 약속했다. 이는 균형재정 추구에 따른 복지 혜택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차별 시정,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 학비 지원, 내수 활성화, 소형 임대주택 공급 확충, 물가 안정, 재해 대비 예산은 적극적으로 늘리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 일본 향해 ‘짧지만 뼈있는’ 메시지=일본의 계속된 독도 영유권 주장과 동해에 대한 미국의 일본해 표기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 조짐을 보이면서 많은 국민이 올해 경축사의 대일 메시지에 관심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직접적인 비판으로 외교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정공법’을 택하지는 않았다. 독도 문제를 국가 정상까지 나서 언급할 경우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는 만큼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자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이 대통령은 “일본은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는 짧지만 뼈있는 언급을 통해 일본에 우회적인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독도 문제가 일본의 식민지 침략이나 위안부 문제처럼 한일간 불행한 역사의 바로 세우기와 결부된 문제라는 의중을 에둘러 전달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일제의 식민지 침략과 수탈이라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지만 이처럼 불행한 역사를 절대 잊지 않겠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이는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이 가능하려면 일본이 역사 왜곡과 같은 무형적 도발을 포기해야 한다는 엄중한 충고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불행한 역사를 잊지 않되 과거에는 얽매이지 않겠다’가 아니라 ‘과거에는 얽매이지 않되, 불행한 역사를 꼭 기억하겠다’는 취지로 어순을 정한 것은 일본 정부가 식민지 침략의 원죄를 잊고 각종 망언과 망동을 계속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알려졌다.

대북 메시지는 북한의 “책임있는 행동과 진정한 자세”를 요구하는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에서 매우 짧게 언급됐다.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과 북핵 문제 등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교착 상태에서 진전된 메시지를 내놓기 어려웠던 고민이 묻어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어린이와 자연 재해 피해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여지를 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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