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와 내년 총·대선 경선룰 개정작업이 야권 통합문제와 맞물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직·당직후보 선출규정 논의를 조기에 마무리한 뒤 12월 중순께 전대 개최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야권 통합작업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전대 주자는 일찌감치 전국을 순회하는 득표전에 돌입했지만, 정작 전대 시기와 선출방식이 정해지지 않아 혼란스런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전대를 다른 야권이 참여하는 통합 전대로 치러야 한다는 인식은 강하지만 현실적 여건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권을 모두 포괄하는 대통합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다른 야당들이 “민주당은 통합 대상이 아니다”며 선을 그어 통합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통합 전대를 준비하려고 해도 다른 야당의 부정적 태도로 인해 추동력이 부족하고, 민주당만의 전대를 치르려고 할 경우 다른 야당들로부터 “통합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이중고’에 처해있다.
전대 시기와 성격, 후보 선출 규정 등을 둘러싼 당내 논란도 증폭되는 형국이다. 전대 시기만 하더라도 손학규 대표 측은 내년 1월로 미루는 상황까지 상정하고 있다.
야권 통합 논의가 거의 막바지에 이를 수 있는 데다 연말 대여 입법·예산 투쟁과 맞물린 시기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내년 1월부터는 4월 총선에 대비한 후보 공천이 본격적으로 진행돼야 해 12월 전대가 어렵다면 차라리 11월로 앞당기자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대 성격 역시 통합 전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과, 통합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민주당만의 전대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후보 선출규정 문제는 다른 야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우선 민주당만의 안이라도 마련해 두자는 입장이 엇갈린다.
이 같은 혼선을 놓고 손 대표가 통합 작업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당 지도부 내부는 물론 비주류 측에서도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야권 대통합의 가장 큰 책무는 민주당에 있다”며 “민주당이 통합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상황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합이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로드맵을 갖고 전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 측은 “손 대표도 물밑에서 활발한 통합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얘기할 상황이 아니어서 말을 못하고 있다”며 “진보정당간 통합 협상이 어느 정도 결론이 나면 대통합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