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 “제주의 땅은 4.3(사건)의 희생을 거름으로 참된 평화의 섬이 되어야 한다”면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강 주교는 주교회의 기관지 ‘경향잡지’ 등에 기고한 ‘제주의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양심’이란 제목의 글에서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 계획은 “너무도 이율배반적이고 앞뒤가 안 맞는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서는 안 되는 근원적인 이유는 4.3 사건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많은 무고한 피에 물든 이 섬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군사기지를 세우는 것은 그 희생자들의 무덤을 짓밟는 행위요, 그들의 죽음을 무위로 돌리는 행위”라면서 “이 수많은 희생자들이 흘린 피에서 이념과 폭력을 뛰어넘는 평화를 창출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절호의 도약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주교는 그러면서 “제주는 대한민국의 평화만이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평화의 전초기지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부끄러운 일이지만 한국 가톨릭교회도 지금까지 4.3의 비참한 역사를 한 번도 온전히 성찰한 적이 없다”며 자성하기도 했다.
강 주교는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국제사회에서 아직도 전범으로 쫓기고 있다”면서 “우리가 과거의 과오를 망각의 장막 안에 묻어버리고 그 과오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성과 윤리를 갖춘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