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택, 그 유형과 변천사
임창복 글 돌베게|552쪽|2만6천원.
우리나라 주택의 형태는 근대화를 겪으며 많은 변모를 보였다.
임창복 성균관대 건축학 교수가 쓴 ‘한국의 주택, 그 유형과 변천사’는 이러한 주택의 변천과정에서 나타나는 유형 변화에 주목, 1883년 개항 이래 2000년까지 약 120년 동안 우리나라 단독주택의 변천사를 짚어본 책이다.
개항 이후 나타난 여러 단독주택을 유형화해 분류하고 다양한 시각자료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제물포항이 개항하면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양식주택이 처음 유입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벽돌로 지은 식민지 풍의 이 양식주택들은 이후 우리나라 주택의 기능과 구조, 재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식주택은 1884년 인천 송학동에 세워진 세창양행 사택으로 추정된다.
독일인 카를 볼터가 마이어 상사의 한국지점인 세창양행의 책임자로 부임하면서 지었던 이 주택은 사각기둥이 늘어선 이탈리아 빌라식 아치형 베란다가 있는 전형적인 별장풍 양옥으로, 한국전쟁 중 소실됐다.
개화 초기의 양식주택이 서구인들의 주택양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면 이후 본격적으로 유입된 선교사들은 한국의 주거문화에 동화하기 위해 ‘한·양 절충식 주택’을 주로 지었다.
벽돌이나 기와는 모두 한국에서 직접 제작한 것을 사용하고 창이나 문짝, 마루재 등은 대부분 본국에서 들여왔다. 지붕구조는 한옥 도편수들이 참여해 지은 주택이다.
한일 강제병합 이후에는 일식주택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1921년 경성에 건립된 가옥 중 일식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신축 주택의 60%에 이르기도 했다고 한다.
초기에 건립된 일본인들의 사택은 다다미방 2개와 부엌, 욕실, 화장실 등으로 구성된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후 한반도의 기후 여건이나 지역주민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점차 양풍(洋風)을 수용하는 경향도 등장했다.
또 한식기와와 구들, 마루를 가진 한옥은 외래 주거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근대적인 형태로 발전된다.
대문 외에 진입 현관이 생기고 남성들의 공간인 누마루(다락처럼 높게 만든 마루)가 도입됐으며 전통적으로 주택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던 안방이 점차 대문 가까운 곳으로 옮겨졌다.
유리문이 달리기 시작했고 도시의 경우 화장실이 주거공간 내부로 들어왔다.
이 책은 이밖에도 1930년대 ‘도시형 한옥’, 1960년대의 재래식 ‘ㅋ’자형 주택, 1970년대 ‘불란서주택’과 2층 주택을 거쳐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다세대·다가구 주택까지 일반 단독주택의 흐름을 상세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