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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미꾸라지 총리

일본의 총리는 국회의원 중에서 국회의 의결에 의해 지명된 뒤 일왕에 의해 임명되며 임기 제한은 없다. 그러나 1885년 초대 총리가 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부터 95대 총리로 취임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일본 총리들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단명했다. 2009년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벌써 세 번째 총리다.

역대 일본 총리 가운데 최장수 총리는 1964년부터 1972년까지 7년 8개월간 재임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1975)다. 그의 친형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로 역시 총리(1957~1960)를 지냈다. 사토는 1974년에 “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非核) 3원칙을 내세운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 다음으로 장수한 총리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1878~1967)로 1946년부터 1955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7년 2개월간 재임했다. 전후 일본의 부흥을 이끈 요시다는 한국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만세삼창을 불렀다는 일화가 전한다.

노다 총리의 미꾸라지를 빗댄 ‘서번트(servant) 리더십’이 화제다. 이를테면 ‘전방위 저자세’ 전술로 단명 총리가 될 거라는 우려감을 의식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총리직이 걸린 8월 말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미꾸라지가 금붕어의 흉내를 내봐야 어쩔 수 없다.

미꾸라지처럼 땀을 흘리며 일하겠다”고 몸을 낮추면서 의원들에게 결정적으로 어필했다. 노다의 미꾸라지 발언은 시인이자 서예가인 아이다 미쓰오(相田みつを, 1924~1991)의 시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점마다 이 시집을 구하려는 문의가 쇄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다의 지역구인 지바(千葉)현 후나바(船橋)의 한 도시락업체는 조만간 ‘미꾸라지 도시락’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미꾸라지 관련 민요와 양식업으로 유명한 시마네(島根)현 야스기(安來)시에서는 양식업자들과 관광협회 등이 앞장서 미꾸라지 관광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미꾸라지 전략이 먹히면서 대표 경선 때까지만 해도 국민 지지율이 4%에 불과했던 노다 총리에 대한 지지도가 60%대로 껑충 뛰었다.

진흙탕 미꾸라지처럼 열심히 일하겠다는 총리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기대감 때문이다. 혹시라도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겠다는 생각이라면 전임자의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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