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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너희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단다

 

일전에 한 사회복지기관에서 어린 아이들 몇 명과 마주친 일이 있었다. 산만하게 돌아다니던 아이들은 사회복지사가 음료수를 가져오자 탁자로 모여들었다.

이중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음료수를 따더니 뚜껑에 음료를 따르고는 같이 있던 어린 아이들에게 ‘건배’를 시키는 것이었다. 다섯 살 꼬마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건배~, 원 샷~”을 외치고는 잔을 부딪치는 흉내를 내며 희희낙락 즐거워하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영락없는 어른들의 술자리 모습이었다.

‘한창 밝게 성장해야할 저 아이들이 어쩌다 저 지경까지 갔을까?’ 충격에 앞서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옴을 느꼈다.

이들은 수급자 가정의 자녀들로 모두 7남매였다. 뇌출혈로 쓰러져 뇌병변 1급 장애를 입은 어머니는 시설에서 생활 중이었고 일용노무자인 아버지는 만성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나마 아버지마저 음주로 인한 병세가 악화돼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아이들을 각각 시설로 입소시키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늘 술잔을 기울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봐 왔고, 이렇게 가족과 주변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은 같이 병들고 있었다.

위의 사례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아동 대상 강력사건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으나 ‘방임’ 또한 분명히 심각한 아동 학대의 일부분이다. 오히려 ‘방임’의 심각성은 어른들 대부분이 그 문제를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다는 데 있다. 방임은 학대와 반대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아동을 학대하게 되는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빈곤과 가정해체는 아동방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많은 연구조사에서 방임되는 아동들이 탈선과 청소년 범죄와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아동들은 어떠한 환경에 의해서도 차별돼서는 안 되는 권리,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부모가 책임을 지지 못할 상황이라면 이웃이, 지역사회가, 또 정부가 아이들이 올바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UN 아동권리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아동복지 예산이 경제 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듯이 국가적으로 아동의 복지와 보호를 위한 더욱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확충해야 할 것이다.

친부모에게 버림받았던 애플사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비록 가난하고 배운 건 없지만 따뜻한 애정으로 키워 준 양부모가 있었기에 세계적인 성공 신화를 창조할 수 있었다. 음료수 잔을 술잔처럼 기울였던 저 아이들 속에도 사랑과 관심을 주면 스티브 잡스처럼 찬란한 빛을 발할 진주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아무것도 담지 않은 깨끗한 도화지와 같은 아동들을 아름다운 명화로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이강호 인천시의원(민·문화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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