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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향] 도심의 가을은 축제로 물든다

 

문화의 달이자 축제의 달 10월은 책만 보기엔 눈이 아쉽다. 굵직한 문화축제들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기에 그렇다.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논밭처럼 풍성한 공연들이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경기도내 도시마다 가을은 축제와 함께 영글어 간다. 저마다 도시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축제와 문화 행사들이 시민을 불러 모은다. 요즘 뒤질세라 어느 도시할 것 없이 축제로 다 들썩인다. 치열하게 살아온 일상의 자리를 잠시 벗어나 예술과 문화, 흥겨운 축제의 열기 속으로 풍덩 빠져보고 싶게 마음을 흔든다.

축제는 지역의 문화를 다양한 빛깔로 디자인하는 잔치다. 우리는 졸음이 쏟아질 때 하품을 한다. 나른했던 몸이 하품 한 번 하고나면 조금은 생기를 되찾는다. 몸에 필요한 산소를 깊숙이 들이마시는 하품처럼 축제는 시민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 생기는 신명을 불러온다. 도시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신명은 시민들을 한데 모으는 힘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수원’에서는 화성, 오산시와 함께 풍성하게 수원화성문화제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개막공연 날에는 출연 가수와 시민이 한데 어우러진 신명난 분위기를 연출해 참여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명에 불이 붙으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 자리였다.

우리 문화의 바탕에는 바로 용솟음치는 신명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인이 신명났다 하면 못할 일이 없다. 뭐든 상상이상으로 해내고 만다. 요즈음 세계를 휩쓸고 있는 k-pop열풍도 그 기세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일던 한류 열풍에 이어 영국, 프랑스 등 유럽까지 k-pop열풍이 번져갔다. 기분 좋고 신나는 일이다.

수원화성문화제는 대한민국대표관광으뜸명소로 뽑힌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님의 행차’라는 주제로 정조대왕이 축제의 중심에 서는 문화축제다. 올해는 주제만큼이나 그 내용도 신선하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너무 고증에 의한 전통문화를 재현한다는 축제의 컨셉 탓으로 시민과 관광객의 흥미를 끌기에 부족했다. 이번에는 다양하고 이색적인 새로운 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했다. 바로 성곽 길을 ‘짚신 신고 걷는 특별체험’ 프로그램도 그 중 하나다. 마치 200여 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옛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짚신을 신고 두 시간여를 성곽 길을 걸었다. 많은 시민과 외국관광객들이 참여해 그야말로 색다른 진풍경을 연출했다. 성곽 길 따라 늘어 선 인파행렬은 장관이었다.

축제는 참여하는 출연자나 시민들 모두가 신명이 나야 성공한다. 잠재된 신명까지 들쳐 내면 금상첨화다. 그래야 하나가 된다. 늘 전문예술인만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가 아니라 일반 시민도 함께 무대에 오르는 ‘소통하는 축제’가 돼야 한다. 새록새록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줘야 한다. 그래야 관람객의 참여를 문화제기간 내내 유도할 수 있다.

좋은 축제가 있어야 좋은 도시다. 도시의 인프라로 눈에 보이는 높은 건축물, 도로들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인프라로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수준이 있다. 고층건물이 들어선다고 좋은 도시는 아니다. 그 속에 살아 움직이는 철학과 역사, 예술과 문화가 깃들어 있어야 한다.

과학의 발달이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안겨줬지만 삶의 여유와 위로와 안식, 카타르시스를 얻게 해주는 것은 바로 축제다. ‘쉬움과 깊이’는 서로 충돌하는 기준인 듯 하다. 시민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축제 작품을 만들면 내용을 진지하지 못하게 처리할 수도 있다. 또한 축제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다 보면 어렵거나 지루할 수 있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쉬움에 치우쳐 깊이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수원화성문화제의 주제 ‘님이 오십니다’는 그러한 면에서 쉬움과 깊이를 짜임새 있게 다룬 축제다.

보여주는 이들의 재능과 노력, 그것을 만들어 주는 기반이 되는 행정당국의 아낌없는 지원, 참여하는 사람들의 축제에 대한 사명감으로 주제가 살아 있는 좋은 작품을 보여줄 때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게 된다. 문화축제는 그 도시 예술과 문화의 총합(總合)이기에 더욱 그렇다.

/김훈동 수원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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