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10·26 재보선의 후폭풍 여파로 급속히 격랑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여당은 내년 총·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야당은 호남지역 이외의 기초단체장 선거 전패에 따른 위기감이 커지면서 각각 수습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충격의 강도가 너무 큰 탓인지 구체적인 방향이나 진로를 설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홍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국민 여러분이 한나라당에 희망과 애정의 회초리를 함께 준 선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더욱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도록 하겠다.
앞으로 당 개혁과 수도권 대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 일각의 ‘지도부 책임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한 다른 지도부 인사들도 자성과 쇄신에 초점을 맞췄고, 당내에서도 당초의 예상과 달리 책임론 공방이 크게 벌어지지는 않고 있다.
개혁성향 의원모임인 ‘민본21’도 이날 오전 긴급 회동을 가졌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본21 소속 한 의원은 “책임론이 해법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기류가 많다”고 전했다.하지만 내부에 “이대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엄존하는 데다 당(黨) 쇄신 논의과정에서 현 체제가 과연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새판짜기’요구가 분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승리에도 불구, 이번 선거를 ‘내용상 패배’로 받아들이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텃밭인 호남을 제외하고는 전패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여당과 마찬가지로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 조기교체보다는 당 쇄신과 야권통합에 당내 논의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통합의 전도사 역할을 해 온 손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통합 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과 활발하게 대화하며 통합논의의 주도권을 잡아 나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12·11 전당대회를 야권 ‘통합전당대회’로 치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당내에서 민주당 자력으로는 선거승리가 불가능하고, 특히 야권의 주도권을 시민세력에게 내주면서 자칫 당 간판으로 대선 후보도 못 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 향후 논의의 방향이 대대적인 인적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