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연 의원총회에서는 최근 여권을 강타한 쇄신과 ‘공천물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등을 놓고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발언자가 23명에 달했고 3시간40분간 계속됐다.
쇄신 필요성의 목소리가 높았던 반면 “지금 한미FTA가 급한데 무슨 쇄신 이야기냐”고 주장한 의원도 적지 않았다. 특히 쇄신파 25인이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향해 날린 쇄신 요구를 두고 비판론자의 반박과 쇄신파의 재반박이 이어지며 격돌 양상이 펼쳐졌다.
■ “소속의원과 대통령 비공개 간담회 필요”= 윤상현 의원은 “쇄신 요구가 방법적으로 미숙했다. 공개 사과는 스스로 레임덕을 자초하란 말인데 언론에 공개하면 대통령이 사과하겠느냐”라며 “지금 필요한 건 소통의 장이니, 소속의원 전원과 대통령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준선 의원은 “책임전가 방식은 문제”라며 “지금은 민생경제가 더 중요하다. 당정청 고위회동을 통해 당정청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필요한 정책을 처리하자”고 강조했다.
이정선·강석호 의원도 “자기 반성이 먼저”라고 말했다.
정미경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는 처음부터 이길 수 없었는데, 졌다고 쇄신을 얘기하는 것은 도돌이표 같이 감흥이 없다”며 비판했다.
■ 공천물갈이 격돌= ‘공천물갈이’론에 대해 손범규 의원은 “65세 이상이나 지역을 따져 물갈이 운운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정두언 소장은 “선거 전 부재자 투표 결과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는데, 이를 분석한 친구가 개인의견을 써놨는데 밖으로 나가 문제가 됐다”며 사과했다.
손 의원은 이어 “공천보다는 남은 기간 당이 국민을 사로잡을 수 있는 비대위와 같은 정책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의총장 밖에서 오전 비공개회의 당시 공천개혁을 놓고 이경재 의원과 나눈 ‘신경전’을 소개하면서 “공천을 말할 시점이 아니라는데 공천개혁 시기가 늦었다”며 “말로만 개혁하는 건 (국민이) 원하는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비공개회의 설명이 불충분했다는 기자들의 얘기에 김기현 대변인을 겨냥, “판사 출신 친구가 만날 검사출신 따라다니더니 이상해졌나. 반성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 “한미 FTA 처리에 원내대표직 걸어야”= 한미FTA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는 강경한 목소리도 많았다.
심재철 의원은 “한미FTA를 처리하지 못할 거면 원내대표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고, 고흥길 의원도 “몸싸움 방지한다고 지금 처리못하는 것 아니냐”며 “(야당이) 처리할건지 안할건지 얘기해보고 만약 빨리 (처리하지) 못한다면 원내대표 직이라도 걸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 의원은 “내년 3-4월이 되면 반미 촛불세력으로 거리가 휘날릴것인 만큼 정무적 판단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FTA를 처리할 때”(최구식 유기준), “FTA 처리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김영우)는 발언이 다수였지만 “여야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해달라”(강석호)와 같은 신중론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