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도 내년이면 공원처럼 조성된 첨단 장묘시설을 갖추게 된다…원정 화장을 치르고 지역주민 우선제에 밀려 큰 비용을 들여야 했던 어려움을 덜어드릴 있게 됐다
흔히 장묘시설을 혐오 기피시설로 여겼지만 이제는 생활권 가까이 쾌적한 공원으로 조성된 첨단장묘시설들이 여러 곳 있다.
드골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를 문화 대국으로 키운 작가 출신의 문화성 장관 앙드레 말로는 장관 시절 잘 풀리지 않는 정책 사안을 두고 고민에 빠질 때마다 파리 시내에 자리한 페르라쉐즈(Pere Lachaise)묘지를 홀로 찾았다고 한다. 나라 일을 놓고 고민하는 장관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도 심한 고민이 있을 때 묘지에서 명상하고 생기를 재충전하는 일상의 여백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장묘시설이 슬픈 인생사만 담은 차가운 기피시설이 아니라 산자와 죽은 자가 함께하며 더 좋은 세계를 만들고 더 나은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반성하고 고민하는 명상의 장소가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참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용인시도 내년이면 용인시민에게 공원처럼 조성된 첨단 장묘시설 ‘용인 평온의 숲’을 선사해 줄 수 있게 됐다. ‘용인 평온의 숲’은 2012년 5월 준공을 목표로 건립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처인구 이동면 어비리 산11번지 일원 60만여㎡ 부지에 화장로 10기, 봉안당 4만2천구, 자연장지 1만3천구, 그리고 12실 규모의 장례식장으로 조성된다. 장례와 화장, 봉안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종합장묘시설이며 야외 공원과 녹지 공간이 전체 면적의 80%를 차지하는 녹색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기존 저수지를 이용한 수변 공원 등을 함께 조성해 수려한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쾌적한 휴식 공원으로 자리 잡게 된다. 또 기존의 노후한 화장시설들이 야기하던 악취와 오염 문제를 깨끗이 불식시키기 위해 이곳에는 최첨단의 화장로 무염무취시설을 설비하고 다이옥신 제거 시스템을 완비한다. 이렇듯 장묘시설이 주민기피시설이 아닌 주민친화 여가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 친환경시설로 조성될 것이기 때문에 용인시민의 복지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용인 평온의 숲’ 건립은 프로젝트의 출발이 20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주민 숙원사업의 결실이다. 용인의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는데 화장장 등이 갖춰진 종합장묘시설이 전무할 뿐 아니라 공설 화장·납골시설 등이 절대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되는 것은 당시로서 크나 큰 과제였다. 2001년 5월 시립장례문화센터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하고 후보지를 공모하고 입지를 선정, 수차례에 걸쳐 주민 간담회를 열어가며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들여 2010년 2월 공사에 착수한 것이다. 1천189억원이 소요되는 대형사업인만큼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 것이다. 또 시민들의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용인 평온의 숲을 효율적으로 운영 관리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용역 결과를 반영해 장례비용과 절차의 합리적 기준을 체계화해 시민들이 모든 절차를 편리하게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용인 평온의 숲’은 산자의 공간, 추모의 공간, 망자의 공간 등으로 나눠져 수변공원, 장례식장, 자연장지, 가로공원, 인공폭포, 화장장과 봉안당 등이 각각의 공간에 맞게 설치된다. 장례, 화장, 봉안이 한 자리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장례서비스가 가능해 상주뿐 아니라 조문객들의 불편도 크게 덜게 될 것이다. 또 봉안당, 봉안담, 수목장, 잔디장, 화초장 등 장묘 방식이 다양해 시민들에게 각각 취향에 맞는 장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어비리 일대 대규모 장묘산업이 발흥하면서 새로운 고용 창출과 지역 내 건축 및 개발계획에도 큰 도움이 돼 여러 규제에 묶여 개발이 뒤처진 동부권의 경제 발전 동인으로도 작용하게 될 것이다.
‘용인 평온의 숲’이 문을 열면 그동안 화장장 등 장묘시설이 없어 타 지역으로 원정 화장을 치러야 하는 등 아픔을 겪었을 뿐 아니라 화장과 봉안 비용에서도 지역주민 우선제에 밀려 비싼 비용을 들여야 했던 용인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게 된다. 근엄하고 어둡기만 한 검은 장묘시설이 아니라 자연친화적 녹색 휴식공원으로 ‘용인 평온의 숲’이 모습을 드러내는 날, 용인시의 시민 체감 복지 행정은 한 단계 훌쩍 도약할 것이다.
/김학규 용인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