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서울시 택시운전 자격증을 거머쥐고 교통회관을 당당히 나서는 사진이 언론에 일제히 실렸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서울시 택시운전 자격증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김 지사는 이미 경기도 택시면허를 소지하고 있어 전체 4과목 가운데 서울시 지리와 교통법규 등 2과목에 대해서만 시험을 치렀다.
여권의 ‘잠룡’으로 꼽히는 김 지사가 경기도를 넘어 서울시로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 그 첫걸음으로 김 지사는 서울시 택시운전자격을 택했다. 택시를 몰고 서울시내는 맘껏 달려보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어느 광역자치단체장도 흉내를 낼 수 없는 김 지사만의 뚝심과 의욕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왜 김 지사는 서울택시를 선택했을까. 김 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만남이 있었던 지난달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박 시장에게 경기도는 버스요금을 인상할려고 하니 서울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지만 박 시장은 “서울시는 고민, 검토 중이다”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김 지사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설치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지만 박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고 한다.
김 지사와 택시와의 인연은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 지사가 택시를 이용한 민생탐방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1월의 일이다. 당시 경기도 택시면허를 취득한 뒤 지난 10월 말까지 도내 29개 택시회사의 ‘1일 택시기사’로 일하며 수많은 화제를 남겼다. 정치인이나 단체장들이 민생탐방을 한다며 시장통을 돌며 오뎅을 사먹고 해장국을 들며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식상한 것들과는 비교되는 것이어서 도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한나라당내 ‘박근혜 대세론’으로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당내 경쟁자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낙마한 점을 활용, 택시 민생체험을 통해 서울로 ‘진출’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계산이다. 박원순 시장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를 택시를 타고 종횡무진 누빌 김 지사의 정치적 포부가 지지율 상승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김 지사의 택시운전 자격증은 신원조회 등 절차를 거쳐 13일쯤 발급될 예정이다. 김 지사의 서울택시 민생탐방이 신선한 정치적 충격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도정은 팽개치고 잿밥에만 어둡다는 비판으로 발전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같은 김 지사 서울택시 진출이 김지사의 ‘총선전 사퇴론’에 불을 당기는 계기기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