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9일 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전 비서 공모 씨의 사실상 단독범행이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공 씨는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지 못하도록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키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으며 자신이 모시는 최 의원을 위해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공 씨와 그의 지시로 디도스 공격을 수행한 강 씨 일당 2명과 공 씨의 친구로 조력자 역할을 한 차모 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디도스 공격 전날 공 씨와 술자리를 가진 국회의장실 김 전 비서와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비서였던 박모 씨,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비서 김모 씨, 그리고 이들과 저녁 식사를 한 청와대 박모 행정관도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배후를 입증할 자료나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 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이렇게 경찰 수사는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어차피 10일간의 수사로는 확실한 물증은 커녕 계좌추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사건 전모를 밝히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고 경찰도 시인했다. 때문에 경찰의 수사결과를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치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한 디도스 공격을 20대 후반의 말단 수행비서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결정했다거나 국회의장 전 비서가 만류했는데도 공격을 감행했다고 하는 등 국민의 눈에서 보면 ‘의문투성이’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조차 “혼자 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남경필 의원)라고 의문이 제기될 정도다. 당장 민주당은 대여 공세를 이어갔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경찰이 깃털만 건드리고 몸통은 비켜가겠다는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처럼 경찰은 공 씨와 주변 인물들의 입만 바라보다가 ‘윗선 개입’ 등 의혹은 파헤쳐 보지도 못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게 됐다.
이제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자백만으로는 안 되고 물증으로 뒷받침하겠다면서 처음부터 다시 수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사인력도 검사 4명을 포함해 4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배후가 정말 없는지, 있다면 누구인지, 오고 간 자금은 없는지, 있다면 출처는 어디인지 등 숱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검찰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 국민의 불신을 말끔히 없애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