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많은 회식과 술자리로 인해 한 해 동안 고생했던 간(肝)에게는 12월 달이 더 큰 부담이 되는 시간이다. 이렇게 술로 인한 간질환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고 또 이에 대한 캠페인이나 매체를 통한 교육도 비교적 잘 이뤄지는 편이다.
이에 반해 술을 잘 마시지 않고 고기도 많이 안 먹는데 지방간질환이 있다면 의아해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지방간질환은 간 내 지방이 5%이상 축적된 경우를 말하며 보통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통해 진단하게 된다. 원인에 따라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으로 나뉘게 된다. 최근 국내 한 병원의 보고에 의하면 20년간 지방간질환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1990년대 10%대에서 2009년 32%로 약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2003년 14.3%에서 2009년 24%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향후 우리나라도 서구와 같이 비만인구의 증가와 대사상 증후군 환자들의 꾸준한 증가경향을 고려해 볼 때 이와 연관된 지방간질환의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하 지방간질환)은 간경변증,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또 내당능장애,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심혈관계 죽상동맥 경화증 등과 같은 대사 증후군의 일부분으로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도 밝혀져 있다.
특별히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릴 정도로 80% 가까이 손상돼도 특별한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조기 검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지방간질환으로 진단받은 경우나 복부 비만이나 당뇨병 등의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6개월마다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하여 정기적으로 간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간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한 체중감소, 운동, 식이조절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행동치료가 근본적인 치료의 중심을 이룬다. 구체적인 치료방법을 살펴보면 첫째로, 체중감소는 6개월 동안 1주에 500g에서 1㎏을 감량해 치료 시작 당시 체중의 10% 감량을 목표로 한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너무 짧은 기간에 많은 양의 체중감소는 오히려 간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저칼로리, 저탄수화물, 저지방 식이를 유지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섭취하던 양에서 매일 500~1,000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거나 비만한 여자는 1,000~1,200, 남자는 1,200~1,600 칼로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나라에서는 저탄수화물 식이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 저녁식사 시 밥의 양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셋째로 체중감소를 위해서는 식이 조절과 함께 적절한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중간 이상의(최대 심박수의 60~70% 정도) 강도로 1주일에 150분 이상의 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걷기, 달리기, 자전거타기, 에어로빅댄스, 계단오르기, 수영 등과 같은 큰 근육들을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이 가장 좋다.
하지만 지속적인 운동을 위해서는 각자의 상황과 환경에 맞는 재미있는 운동을 선택해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 최근의 약물 치료로는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동반된 경우나 지방간염으로 진단된 경우에 추천되며, 고도 비만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비만 수술이 효과적일 수 있다.
지방간질환에 대해 지나친 무관심이나 반대로 근거 없는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전문의와 상의해 먼저 본인의 간(肝)상태를 정확히 알고 이에 맞춰 정기적인 검진과 적극적인 치료로 깨끗하고 건강한 간을 만들어 나간다면 다가오는 2012년 새해에 더욱 힘찬 새 출발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정재일 삼육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