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의 좁은 농로에 노선버스 2대가 30분이 넘도록 서있다.
뒤에 서있던 버스 한대가 출발하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같은 번호의 또 다른 버스 한대가 빈자리에 차를 세운다.
수원시 고색동 고현초등학교 인근 오목천로와 매송고색로804번길을 연결하는 390m거리의 농로는 폭이 약 5m정도에 불과해 대형 광역버스가 한쪽에 주차를 해놓으면 남은 공간으로 자동차와 사람이 위태롭게 지나다녀야 한다.
좁은 농로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는 버스는 수원 고색동과 서울 사당역을 운행하는 경진여객의 7780번 광역버스.
이 길로 교회를 다녀오던 염모(73)·이모(68) 할머니는 “집채만한 버스가 서있어 맞은편에서 차가 오는지 잘 보이지 않아 걸어다니기가 여간 위험한게 아니다”며 버스로 인한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특히 점심시간 이후에는 버스의 농로 정차가 더욱 심해진다.
11일 오후 2시쯤 이곳에 차를 세워놓고 있던 한 운전기사는 “이곳에서 약 300m 떨어진 천연가스충전소에서 가스를 충전하고 서둔동의 차고지로 들어갔다가 다시 고색동으로 나오려면 휴식시간을 많이 같지 못한다”며 “이곳에 버스를 세워두면 안되는걸 알고는 있지만 조금 더 쉬기 위해 차를 세워두고 출발시간이 되면 바로 출발한다”고 말했다.
이들 버스가 운행중 점심시간을 전후해 천연가스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은 고색동의 천연가스충전소다.
7780광역버스는 13대가 7번씩 12분에서 15분 간격으로 하루에 총 91회 운행한다.
경진여객은 버스 운전기사들의 휴식시간을 늘려주기 위해 지난해 11월에 배차시간을 조정하기도 했지만 차고지로 들어가지 않아 추가로 생기는 10여분의 휴식시간은 운전기사들에게 달콤한 유혹이다.
이처럼 대형버스의 농로 무단 주차로 인해 고색동 주민들과 일반차량 운전기사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7780버스를 운행하는 경진여객에서는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경진여객 관계자는 “운전기사들이 조금 더 쉬기 위해서 차고지로 들어오지 않는것 같다”며 “기사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농로에 버스를 세워두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