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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殺生簿<살생부>

정당 공천시즌이 도래하면서 또다시 여의도를 중심으로 살생부(殺生簿)가 나돌고 있다. 살생부는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면모를 엿볼 수 있으나 우리에게 실감되는 것은 단종을 폐위시키고 등극한 세조의 살생부다. 세조의 장자방으로 후에 영의정 등에 오르는 등 부귀영화를 누렸던 한명회가 작성한 살생부는 우리 역사기록에 등장하는 살생부의 효시로 여겨진다. 당시 한명회는 단종의 근위세력이던 김종서를 제거한 후 모든 문무백관들을 입궐토록 하고, 살생부에 따라 단종과 김종서의 친위세력을 척살했다.

서양사에도 정권을 찬탈한 세력이 안정을 도모하고자 반대파를 숙청하는 피의 역사를 보여주는데 여기서도 살생부가 등장한다. 로마의 공화정을 폐기처분한 당시 로마의 실력자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레피두스는 3인이 정권을 농단하기로 합의하고 살생부를 작성해 반대파를 철저히 분쇄했다. ‘정관의 치’를 열었던 당 태종도 반대파를 포용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정권 초기에는 형제들을 주살하고 아버지를 유폐시킨 뒤, 전향하지 않는 반대파의 명단을 작성해 멸문(滅門)시키다시피 했다.

우리나라 현대정치에서도 살생부는 정치의 계절에 빠지지 않고 매번 등장했다. 정치권에서 아직까지 회자되는 가장 유명한 사건은 허주(虛舟)라는 아호로 불렸던 김윤환 전 민자당 원내대표의 토사구팽이다. 허주가 누군가. 김영삼 대통령(YS) 만들기의 1등공신이자, 이회창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로 옹립했던 TK정치세력의 대부로 킹메이커가 아니었던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김윤환 의원을 비롯 중진의원인 이기택, 김광일, 조순, 이수성, 박찬종 등의 살생부가 나돌았으나 너무 충격적이어서 믿는 이들이 없을 정도였지만 그대로 실행됐다. 이후 우리 정치권은 총선시즌이 도래하면 주류세력에 의한 비주류 제거설이 돌출하면서 어김없이 살생부가 뒤를 이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가장 먼저 공천작업을 시작한 새누리당(한나라당)에서 어김없이 공천탈락을 의미하는 살생부가 튀어나왔다. 새누리당 사무처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문제의원 39명의 이름이 적힌 살생부가 뒤가 구린 현역의원들을 패닉상태로 몰고 있다. 전직 당대표들이 포함된 탈락예상 의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대변인이 나서 살생부가 아님을 밝혔으나 믿는 이들이 드물다.

과거 살생부의 경우 공천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정치권 인사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어서 더욱 그렇다. 인천지역 3명을 비롯해 경인지역에서도 10명 가까운 현역의원이 포함돼 있다고 하니 관심이 간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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