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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교폭력 없는 아름다운 졸업식을

 

미국의 버지니아 주에 가난한 모자(母子)가 살고 있었다. 목사였던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세탁이나 청소 등과 같은 궂은 일을 하며 아들의 학비를 조달했다. 아들은 어머니의 노고에 늘 감사하며 열심히 노력해 프린스턴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졸업식장에서 그는 총장으로부터 금메달을 받고 연설을 하게 됐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머님의 은혜로 졸업하게 됐습니다. 이 상은 제가 아니라 어머님께서 받으셔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총장에게 받은 금메달을 초라한 옷을 입은 어머니의 가슴에 달아드렸다. 그 모습을 보고 졸업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그 아들은 후에 변호사와 교수를 거쳐 미국의 제28대 대통령이 됐다. 그가 바로 민족 자결주의를 제창하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윌슨 대통령이다.

졸업(卒業)은 학생이 모든 교육 과정을 마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졸업을 기념하는 학교 행사를 졸업식이라고 하는데, 졸업식장에서 학생은 스승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스승은 새로운 길로 나서는 학생에게 격려를 보내며, 후배는 졸업생 선배에게 박수를 보낸다. 졸업생들은 졸업식 노래를 부르며 함께 공부한 동무들을 떠나보내고, 존경하는 선생님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이러한 졸업식 풍경이 점점 사라지고 졸업식장이 폭력의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다. 해마다 졸업 시즌이 되면 졸업식장에서 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기사로 나오기 때문이다.

졸업식장의 학교 폭력은 주로 졸업식 뒤풀이 때 발생한다. 졸업식 뒤풀이 때 벌이는 일부 학생들의 행위는 분명이 범죄에 해당한다. 졸업식 뒤풀이 재료 준비 등 명목으로 돈을 빼앗는 행위(공갈), 학생의 옷을 벗게 해 알몸이 되게 하는 행위(강제추행·강요), 알몸 상태 모습을 핸드폰·카메라로 촬영·배포하는 행위(카메라 등 이용 촬영), 단체로 노상에서 옷을 벗어 알몸이 되거나 거리를 활보하며 소란을 피우는 행위(과다노출·인근소란), 신체에 밀가루를 뿌리거나 달걀 등을 던지는 행위(폭행) 등은 모두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다.

경찰은 예방순찰기능을 다양하게 확대하고, 학생 선도활동으로 강압적 졸업식 뒤풀이 근절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경찰은 강압적·폭력적 졸업식 뒤풀이와 관련해 주동자뿐 아니라 단순 가담 가해학생도 관련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피해학생이 경찰 신고 등으로 보복피해를 입지 않도록 비밀을 보장하고 귀가 시 보호자 인계 등 필요한 보호조치를 마련하도록 했다.

또 경찰은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서 내·외근 형사, 경찰관기동대, 방범순찰대 등 경찰인력을 최대 동원해 학교 관계자와 NGO 단체 등과 합동순찰조를 편성, 예방과 청소년선도활동에 나선다. 이 같은 활동은 졸업식이 집중된 2월 말까지 벌일 예정이다. 특히 일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의 모니터링을 강화해 폭력·선정적인 장면 등을 담은 졸업식 뒤풀이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유포되는 경우 즉각 동영상 삭제를 요청하는 등 모방사례를 차단할 계획이다.

하지만 졸업식장의 문제는 경찰 혼자서만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주민들이 참여하고 문제의식을 갖는 일이 관건이다.

경찰은 폭력적·선정적 뒤풀이 예방을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에 ‘교내 학생 지도·관리, 장학사·교사 등 합동 순찰인원 지원, 경찰서·학교 간 24시간 비상 연락망 구축’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의 제28대 대통령 윌슨이 그랬던 것처럼 졸업식장은 사랑과 감사가 넘쳐야 할 자리이다. 경찰과 교육과학기술부, NGO 등이 서로 협력해 학생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졸업식을 추억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박병두 경기경찰청 경찰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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