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신용카드 업계가 신용카드 수수료율과 관련한 법 개정안에 대해 “카드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18조의3 제3항 “신용카드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지난 10일 통과시켰다.
이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행정지도 형식으로 이뤄지긴 하지만, 정부가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정해 업계에 강제 적용토록 하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연매출 2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대형마트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며,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지키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나 허가등록 취소 처분을 받는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자본시장법에서 펀드판매 수수료율 상한선을 정하는 등 가격에 제한을 둔 예는 있지만 가격 자체는 제한된 범위에서 모두 시장 자율로 정해진다”면서 “이는 시장원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위헌 소지마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카드사 최고경영자들도 이번 법안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버나드 쇼의 묘비에 새겨진 글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장사하는 사람이 가격을 정하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면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고 적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해 “젖소 목장이 있는데, 우유 판매는 적자라서 정작 소를 사고파는 일이 주업이 됐다. 그런데 소 장사로 돈을 버니 우윳값을 낮추란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우유판매란 가맹점 수수료, 소 판매란 카드론 등 대출 사업을 말한다. 수수료 수입이 적어 대출 사업을 했더니 가맹점 수수료를 더 낮추라는 압박이 들어온다는 불만을 나타낸 것.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이강태 하나SK카드 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도 비슷한 심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사 수수료는 은행의 대출 금리와 같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카드 수수료 책정에서 업종·특정집단별 수수료를 정부가 정하는 국가는 없다”며 “공공기관의 요금 산정도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심의 과정을 중시하는 반면 정부의 결정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