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현이가 졸업을 했다. 아침부터 졸업식에 가려고 서두르고 있을 때 아들이 나를 보고 날씨도 추운데 아빠 엄마가 안 오셔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금쪽같은 아들이 3년 동안 공부를 하고 아무 탈 없이 졸업을 하는 경사스런 일에 아내와 같이 꽃다발을 들고 갔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 벌써 지났는데 혹한의 날씨에 칼바람까지 불어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 입구에는 안마당처럼 정겨운 운동장 옆으로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동현이가 새 교복을 입고 입학을 하던 날이 어제 같은데, 어느덧 졸업을 한다고 하니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이 세월 같은 느낌이다. 지난 3년 간 좋은 학교에서 훌륭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공부를 한 아들을 생각하며 선생님께 감사했다. 동현이와 같이 동네 한 가운데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놀던 덩치 큰 친구들도 몰려와 졸업을 축하해 줬다.
졸업식이 거의 끝날 즈음 각반 담임선생님을 소개하는 영상과 함께 그동안 수고한 선생님이 한분씩 단상으로 나오실 때마다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큰소리로 환호했다. 그것은 분명 정 들었던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과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의 표시였다. 또 제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시는 선생님의 모습은 진정 졸업의 의미를 더해 줬다.
졸업은 학업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출발이다. 학문은 끝이 없으며 평생을 배워도 모자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흘러가는 세월을 아껴 열심히 배워야 한다. 앞으로 삶 가운데 펼쳐질 인생은 도전하는 삶의 연속이다. 세상은 마치 높은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와 같은 곳이며 바람 부는 광야와 같은 곳이다. 그러므로 꾸준히 실력을 쌓아야 한다. 이 시대는 실력 있는 자만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재수의 길을 선택한다면 다시 한 번 달려가 보자. 과거는 모두 잊어버리고 꿈을 향해 뛰어 보자. 스스로 선택하는 고난과 역경의 길은 길어야 열 달이다. 목표를 향해 빨리 달리다 쉬어가는 토끼가 되지 말고 쉬지 않고 달려가는 거북이가 돼 보자.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연습을 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연습을 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연습이 없는 실전이다. 인생은 한번 흘러가면 그것으로 끝이 난다. 다시 시작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러므로 모든 일을 할 때는 깊이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배울수록 말을 삼가고 겸손하고 남을 용서하며 인내할 줄도 알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과 화평을 이루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동현이는 어려서부터 남달리 영특했다. 남들이 다 다니던 그 흔한 학원 한 번 보내지 않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눈치 빠른 동현이가 스스로 그것을 꺼려했다. 그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아빠 엄마 말씀도 잘 들어 한 번도 마음을 상하게 한 적이 없는 착하고 속이 깊은 아들이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좋아한다. 나는 오늘 동현이를 가슴으로 안으며 졸업을 축하하고 지난 3년 동안 정말 수고 많이 했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소리내 또 한 번 외쳤다. 너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사랑하는 내 아들아!
/고중일 수필가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졸업 ▲수필로 등단 ▲문학시대 동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성남문인협회 이사 ▲경기도신인문학상, 성남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