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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범인을 잡는다”

[이색직업] 4. 프로파일러

“높이 쌓아올린 데이터가 범인을 알아본다”

우리가 봐온 프로파일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일하는 환경이 많이 다르다.

잦은 야근과 긴급출동 등 기본적으로 노동강도가 센데다 처참한 범죄현장이나 이를 경험한 피해자와 마주해야하는 등 정신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이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정의감이다.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경찰청 범죄정보지원계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에게 그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인터뷰]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

-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데, 프로파일러가 생긴 계기.

▲ 지난 2000년 2월 서울 경찰청 ‘감식계’가 ‘과학수사계’로 개편됐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은 연쇄살인이나 성폭행, 방화 같은 강력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범죄자들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범죄행동분석팀’이 설치된 것이다.

당시 프로파일러는 나 혼자였고 갖춘 것도 책상 하나에 심리학 책 몇 권이 전부였다.

300명이 넘는 강력 범죄자들을 일일이 인터뷰해 범죄유형을 정리한 그동안의 노력은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혜진·예슬양 사건’으로 불린 안양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범인 정성현을 비롯해 정남규, 유영철, 강호순 등 연쇄 살인범의 검거를 돕고 자백을 이끌어냈다.

그만큼 범죄해결을 위해선 기존의 사건을 분석한 자료가 중요한 것이다.

- 기억에 남는 사건.

▲ 2009년 1월 ‘강호순 사건’. 많은 기자들이 나에게 “어떻게 한 건의 DNA 분석결과를 가지고 추가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느냐”고 질문했다.

그것은 설득이나 어떤 물리적 위협을 행사한 결과가 아닌데다 내가 독심술이나 초능력을 발휘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모든 원인은 지난 몇 년간 범죄를 유형화해 축적한 엄청난 자료 덕분이었다.

비슷한 유형에 속하는 범죄자가 어떤 성격을 지녔고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문 당시 나름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 프로파일러에 대해 보여지는 것과 현실의 차이점.

▲ 사건이 발생하면 새벽 3시, 4시를 가리지 않고 현장에 출동하다 보니 “경찰의 휴일은 범인이 정해 준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사회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보람은 커도, 개인과 가족이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남다른 각오가 필요한 직업이다.

개인적으로도 프로파일러로 지낸 7~8년간의 생활은 참 고됐었다.

후배 프로파일러들의 교육을 혼자 도맡아야 하는 부담과 진화하는 범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책임감, ‘경찰 경력 20년’동안 숱하게 많은 범죄현장을 다니며 무수한 시체를 목격했는데도 피해자를 대할 때마다 겪는 충격과 고통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은 청소년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거나 직접 전화로 문의해오는 학생들이 많다.

이 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뒤에도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지금처럼 주목을 받을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유골의 치아상태 등을 분석해 수사에 필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법치의학’이나 범행 현장에 나타난 파리나 구더기를 보고 범행 시기 등을 파악하는 ‘법곤충학’등 과학수사에 활용되는 분야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끔찍한 범죄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나 늘 처참한 사건현장을 마주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수사관들이 제2, 제3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케어팀(care team)’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밥벌이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써 프로파일러를 염두해야 한다.

◆이 직업의 전망은?

최근 정남규, 강호순, 조두순, 김길태 등 특별한 범행동기가 없는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범죄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 지능범이 늘어나면서 범죄심리 분석 업무의 필요성도 크게 증가했다.

경찰청에서는 연쇄 강력범죄나 지방청 2곳 이상이 연계된 사건, 기타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프로파일러를 현장에 출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프로파일러가 일할 수 있는 부서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자격과 실력을 갖춰야만 프로파일러로 활동할 수 있다.

더욱이 경찰에서는 기존 요원을 전문화하기 위해 신규 프로파일러는 당분간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기대치가 높고 경찰청 내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기존 요원들의 전문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폭넓은 규모의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어떻게 준비하나요?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서는 심리학과 사회학을 전공하는 것이 유리하며,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한 사람들이 우선 대상이다.

특채로 합격하면 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지방청 과학수사계 등에 배치된다.

보통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박사학위가 요구되며, 경찰청은 관련 분야 사회학, 임상심리학 등 석사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 경찰관으로 들어가 과학수사요원을 거쳐 프로파일러가 되는 길도 있다.

이를 위해선 일단 경찰관 채용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6개월간의 경찰학교 교육 후에 일선경찰서로 배치되는데 이때 수사인력의 전문화와 역량강화를 위해 도입한 ‘수사경과제’를 신청해야 한다.

강력범죄수사팀, 지능범죄수사팀, 과학수사팀, 수사지원팀, 유치관리팀 중 과학수사팀을 신청해 승인이 나면 과학수사요원으로 활동하게 되고 여기서 경력을 쌓은 후 ‘심리분석’을 하는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다.

프로파일러는 범죄 자백단계에서 굳게 닫힌 피의자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는 심리전의 달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냉철함과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감성이 동시에 필요하다.

현재상황을 파악할 때에는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범인의 행동을 예상하고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가 범인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두뇌회전이 남들보다 빨라야 하며 자신이 배운 범죄심리나 심리학을 상황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움말=한국고용정보원,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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