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화성행궁 옆 행궁길에서는 아름다운 행궁길 조성기념 개막행사가 개최됐다. 흥겨운 음악과 맛있는 음식냄새로 넘쳐났다. 거리를 걷는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들의 표정도 즐거워보였다. 인근 많은 공방들과 음식점들이 참여한 이날 행사에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부시장, 강장봉 수원시의회 의장과 지역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문화예술계 인사들, 수원시 관내 마을만들기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개막축제를 즐겼다.
한쪽에서는 이 거리 음식점들이 자기 가게의 메인 메뉴를 들고 나와 무료시식회를 열었고, 공방에서 직접 만든 예쁘고 다양한 상품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돼 인기를 끌었다. 한 젊은 외국인 여성 관광객은 공방주인이 직접 만든 막사발 찻잔을 한꺼번에 10여개나 사기도 했으며, 역시 젊은 외국인 부부는 개업한 지 얼마 안되는 민속주점에서 해물파전과 막걸리를 주문해 맛있게 먹다가 풍물놀이패가 지나가자 밖으로 뛰어나가 신기한 듯 연신 사진을 찍어대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지켜보면서 왜 지금까지 이 거리를 살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원래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은 이 거리를 걷기 좋아했었다.
왜냐하면 70년대까지만 해도 팔달문에서 화성행궁까지를 연결하는 이 거리는 카페와 병원, 중국음식점, 목로주점,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섰던 성안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그후 성안 상권이 붕괴되고 젊은이들이 떠나면서 이 거리는 슬럼화 됐다. 가끔씩 문화유산 답사팀이 들러 최은희 씨가 주연한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촬영장소를 둘러볼 뿐이었다. 이에 상인과 주민들은 지역 예술인들은 아름다운 행궁길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과거 수원의 중심지였지만 침체된 지역상권을 살리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주민들은 빈 건물을 창작공간으로 기꺼이 내놓았고 아름다운 거리조성에 적극 협조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살거리, 먹거리 가득한 관광명소를 조성하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은 수원시를 움직였고 시의 지원을 통해 마을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전시체험관, 노천극장이 조성됐고 건물 및 담장 리모델링, 아름다운 간판, 예술벽화가 그려졌다. 아름다운 행궁길 박영환 회장을 비롯한 주민들 모두가 노력한 결과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점포 광고간판 글씨 하나하나가 점포주 의견을 반영해 제작한 주민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역시 ‘우리나라 마을만들기 1번지’라는 평가가 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