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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명예퇴직과 정년퇴직

 

2011학년도 종업식이 끝나고, 정년퇴직을 하는 학교장 정년퇴직(경력38년) 행사가 있었다.

다소 소박하고 조촐한 행사였지만 축하객들이 원근각처에서 참석했다. 물론 일부 재학생들도 참여해 교장선생님의 정년퇴직들 진심으로 축하하는 시간이었다. 사립교원으로서 교직생활 38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을 후학양성에 애를 쓴 노고는 분명했다. 홍조근정훈장까지 수상한 것으로 보아 교장선생님으로서는 영광임에 틀림없다. 화환과 꽃다발이 꽤나 많이 증정됐다. 물론 필자도 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었다.

동시에 명예 퇴직하는 김모 교사는 종업식 행사가 진행되는 사이 정년퇴임하는 교장선생님의 간단한 보고라 할까? ‘김모 선생님이 34년 간 교직을 끝으로 명예 퇴직한다’는 간단한 멘트였다. 담임교사, 부장교사만 역임하고 관리자 반열에 오르지 못한 채 교단교사로서 임무를 마감하는 상황이었다. 종업식이 끝나고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식 준비관계로 교무실은 손님 맞을 준비로 바빴고 교사들도 분주했다.

나는 잠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느라 창밖을 봤다. 아침 교무회의 때 받았던 감사패와 꽃다발 하나를 들고 김모 교사는 주차장으로 쓸쓸히 바람처럼 걸어가는 것이었다. 행사장의 분주함과는 달리 초라하게 퇴장하고 있었다. 교직에 헌신적이었던 교사로서 뇌경색 초기란 진단을 받아 열심히 치료해 지금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엔 장애가 심하지 않은 장애우가 됐다. 천천히 차문을 여는 모습에 와락 쓸쓸함과 외로움이 밀물처럼 몰려와 내 가슴 속을 쓰리게 지나고 있었다.

나는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외부 손님들이 와 있었다. 가족들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잘 짜여진 행사 속에 정년퇴임하는 교장선생님의 자부심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 그 표정과 억양 등에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인근에 교장선생님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학교에서 최고의 관리자인 교장으로서 정년을 맞이한 것은 더 없는 축복이다. 동시에 명예 퇴직하는 김모 교사의 뒷모습은 한없이 외로움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는 후배교사의 마음도 이러할진대 본인은 오죽하랴 싶었다. 만감이 교차하고 어쩌면 뒷모습이 따끔거릴지도 모른다. 나름 조직에 충성을 다했는데 관운(官運)이 없어 관리자의 길과는 거리가 먼 길로만 걸어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비록 교직의 당상관은 되지 못했지만 교단교사로서 교단을 지켰다는 점은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다. 그런 분에게 국가는 훈장이 아니라면 표창이라도 수여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런 혜택이나 법적 장치는 없나보다. 말이 좋아 명예퇴직이지 조기퇴직이 아닌가? 정년하는 교장선생과 근무연수 4~5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관리자와 평교사에 대한 대우가 상당히 차이가 있음을 눈으로 실감하며 현실을 직시한다. 교직으로 일생을 보낸 교사에게 이런 퇴임식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정년퇴직과 명예(조기)퇴직을 바라보는 제3자의 입장에서 상당히 대조적인 상황을 볼 때, 자꾸만 안쓰러운 마음이 흐르는 것은 꽃다발 하나 들고 교문 밖으로 쓸쓸히 퇴장했던 김모 교사의 뒷모습이 한없이 밟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1992년 시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택지부장

/진춘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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