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없는 날 처리하지 않은 문서는 다음날로 되풀이되는 업무연속에 불과합니다”
용인의 한 고등학교 A교무부장은 경기도교육청의 ‘공문없는 날’ 시행에 대해 ‘풍선효과’를 예로 들었다.
도교육청은 교사들이 학생지도와 수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이번 1학기부터 매주 수요일을 ‘공문없는 날’로 정해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을 시도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의도와는 달리 학교현장에서는 실제 공문의 양이 줄어들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앞선다.
A교무부장은 “풍선의 한쪽을 눌러 부피가 줄어든것 처럼 보이지만 다른쪽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결코 부피가 줄어들지 않는 풍선효과라 할 수 있다”며 “‘공문없는 날’ 시행을 근거로 공문의 양을 줄여나가고자 하는 도교육청의 의지는 알지만 아직은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일주일 동안 발송되는 공문의 약 6%를 차지해 발송량이 가장 적은 수요일을 ‘공문없는 날’로 정해 전체 공문발송 건수를 2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지역교육지원청의 게시공문을 줄이지 않는 한 전체 공문발송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화성의 한 중학교 B교장은 “지역교육청은 수학여행지 추천코스의 내용을 담은 공문까지 학교로 보내고 있다”며 “어떤 내용의 공문이던 학교에서는 교장과 교감, 담당교사가 모두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공문을 없애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교육청에서 지난 1월 둘째주를 기준으로 조사한 한 주간 공문발송량 중 전체 59건의 게시공문 중 51건이 지역교육청에서 학교로 발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수원의 한 초등학교 C교무부장은 “일거리가 많은 학년초부터 ‘공문없는 날’을 시행해 교사들을 더욱 바쁘게 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고 푸념했다.
반면 도교육청 관계자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공문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문발송량을 적절히 분배하도록 조정하고 있다”며 “‘공문없는 날’이 조속히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