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운영 중인 카드의 70% 정도는 고객이 거의 쓰지 않아 수 천억원의 관리 비용만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등 7개 대형 카드사가 발급해 운영 중인 카드는 1만557개로, 비씨카드가 8천700개로 가장 많았고 하나SK카드 500개, KB국민카드 365개, 신한카드 360개, 롯데카드 289개, 삼성카드 220개, 현대카드 123개였다.
이 가운데 10만장 이상 발매해 히트작으로 불릴만한 카드는 비씨카드가 20여개이고 나머지 카드사는 10개 안팎씩으로 전체의 0.8% 수준에 불과했다.
고객이 꾸준히 이용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카드 종류는 3천여 가지에 불과했다. 나머지 7천여 가지의 카드는 이용 실적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여신업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카드를 발급하고 관리하는데만 연간 2~3천억원 가까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카드사가 부가서비스별로 여러 종류의 카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객이 한 카드사의 카드만 4~5장 가진 경우도 많다. 주유, 통신, 극장 등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려면 많은 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의 관계자는 “대박으로 부를 수 있는 카드는 10여개에 불과하고 카드 종류의 70%는 유지비만 드는 돈 먹는 하마”라면서 “이들 대부분이 제휴카드로 발급된 상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율이 높고 현금서비스 등 신용대출이 자유로울 때는 카드사가 많은 종류의 카드를 팔수록 유리했다.
그러나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돼 수수료율이 1%대 중후반으로 낮아지고 신용대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무작위로 발급된 카드들이 오히려 경영에 부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도 카드 종류를 대거 축소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1만여개에 달하는 카드를 연말까지 5천개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