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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거 기간에 경찰에게 필요한 것은

 

불법선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 정치인들만큼이나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들이 있다. 바로 경찰이다. 총선과 대선 등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경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정한 수사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든다는 구설수에 오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총리가 63%가 넘는 득표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사전 여론 조사에서 푸틴은 58%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처럼 지지율과 득표율의 차이가 심하게 나자, 여론은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푸틴 총리는 모스크바의 한 선거상황센터를 방문해 “위법 행위가 있었으며, 모든 위법 행위를 찾아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어떤 부정도 없도록 최대한 상황을 통제하고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의 이런 발언은 63%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를 거뒀으니, 어느 정도의 부정 사례가 발견되더라도 대세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야권의 시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3월 6일 저녁 모스크바 푸쉬킨 광장에서 2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항의 시위에는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미하일 프로호로프 등이 참여해 대선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저질러졌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25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도 시위가 거세지면서 30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그러자 자연스레 경찰이 여당의 편만 든다고 주장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지게 됐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수십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투표소에서 부정선거가 벌어졌고,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투표소에서 부정선거가 벌여졌다는 기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정치 문화가 좋아졌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비단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곧 총선과 대선이 열릴 것이고, 선기 기간 중에 불법선거와 관련된 사건들이 다수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사에 임하는 경찰의 책임은 커질 것이다. 4월 11일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여당 및 야당에서 공천을 받느라고 시끄럽다. 공천 발표 후에는 각 정당의 후보들끼리 지역구를 놓고 뜨거운 승부를 벌일 것이다. 그리고 불법선거자금을 사용한 혐의로 구설수에 오르는 후보들이 등장하면 세상은 더 시끄러워질 것이다. 올해에는 총선뿐 아니라 대선도 있어 정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 같다. 이번 선거에 여당과 야당은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등으로 당 이름까지 바꿔 가며 민심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불법선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 정치인들만큼이나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들이 있다. 바로 경찰이다. 총선과 대선 등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경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정한 수사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든다는 구설수에 오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속담에 ‘가제는 게 편이다’라는 말이 있다. 서로 이해관계나 입장이 비슷한 쪽의 편을 든다는 말이다. 촛불시위나 쌍용자동차 파업 등 우리 사회에서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경찰이 정치권력의 편을 든다고 바라보는 시선들도 있었다. 이러한 시선들을 거두게 하기 위해서는 중립의 자세가 필요하다. 한자어 ‘중립(中立)’은 ‘가운데(中)에 서 있는(立) 것’을 의미한다. 곧 이쪽도 저쪽도 아닌 가운데에서 양쪽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정치인들을 뽑는 중요한 선거가 치러지는 때이니만큼 경찰은 그 어느 때보다 중립(中立)을 이번 선거 기간의 주요 과제로 정해 놓고 있다. 경찰청은 선거 기간 동안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해 달라는 지시를 일선 경찰에 내렸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지역색에 휘말려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선거사건 수사 발표 시 부적절한 표현으로 괜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세련되고 성숙된 자세를 당부했다. 선기 기간 동안 경찰의 해당 과제를 보여주기 식으로 나열하는 것보다 경찰 전체 입장에서 공정하고 중립된 입장을 취하는 것을 우선순위를 정한 것이다.

/박병두 작가·경찰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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