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도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까지 상승해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을 대상으로 예대마진으로 큰 이익을 챙겨 보너스 잔치까지 벌이는 은행들의 행태에 치가 떨립니다.”
직장인 김모(37) 씨는 최대 순이익을 달성한 은행들이 조만간 이를 보너스로 지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혀를 차며 이같이 말했다.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새집을 마련했으나 최근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그에겐 은행들의 보너스 잔치가 좋게 보일 리 없다.
은행들이 올 들어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오히려 내려 서민들의 이자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본지 12일자 14면 보도> 이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일 예정이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2일 외환, 하나,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 따르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해 순익을 확정한 이들 은행들은 빠르면 이달 중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하나은행과의 인수합병에 따른 위로금 명목으로 기본급의 500%를 지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급 시기와 방법 등이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확정될 경우 1인당 최소 1천만원, 최대 2천만원 이상의 보너스를 받게 될 전망이다.
하나은행도 외환은행과의 인수합병 성공 축하금 명목과 지난해 순익 호조에 따른 보상으로 기본급의 200% 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경영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이달 내 200~250% 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이 낸 순익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생기는 수입인 예대마진의 결과물이다. 즉, 은행들이 순익을 많이 냈다는 것은 고객 및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통해 이자수입을 많이 얻었다는 뜻이다.
물가상승과 소득감소, 경영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과 서민들의 눈에는 이자수입을 통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은행들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건설관련 도내 A제조업체 관계자는 “1자리대 이자율에 불과하던 대출 금리가 올해 대폭 올라 15% 가까이 근접하다 보니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 사정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대출 금리를 내리거나 동결은 못할망정 금리를 더 올려 이익을 늘리려는 은행의 모습에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