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아이를 감싸며 위로하는 영화 ‘완득이’에서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문제아가 선생님을 만나 철이 드는 ‘성장소설’의 교과서적인 스토리에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과 나아갈 방향을 깨닫는 완득이의 성장 과정 또한 ‘따뜻함’과 ‘뭉클함’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불법체류자와 다문화가정, 가족의 붕괴 등 자칫하면 심각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따뜻하고 경쾌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한국은 다문화 학생 수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언어와 문화 때문에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학생의 숫자는 3만8천여명이다. 초·중·고 학령 인구는 해마다 22만명 정도 감소하지만 다문화 학생 숫자는 6천명씩 늘어 앞으로 2년 뒤엔 전체학생의 1%를 넘게 될 전망이다. 다문화가정의 청소년의 인구증가추세는 우리나라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청소년 인구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와 대조적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0년 이후에는 전체혼인의 10%대를 유지하고 있어 10쌍 중 1쌍 이상이 국제결혼일 정도로 국제결혼은 보편적인 혼인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다문화가정의 이질적인 문화차이 및 교육, 경제적 여건 복지 등은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다. 다문화 학생 수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언어와 문화 때문에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도 어렵다. 그래서 매년 200명 이상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등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아 수업을 못 따라가고 또래 아이들로부터 놀림감이 되면서 중학생쯤 되면 학교를 떠나게 되고 밑바닥 인생이라는 어두운 미래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다문화사회로 옮겨가고 있지만 다문화에 대한 인프라 구축과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민 자녀 중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부모를 따라 입국했거나 부모의 부름을 받아 뒤늦게 들어온 중도입국자들에 대한 교육 대책도 시급한 실정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채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하고 사실상 집에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국어 교육과정 도입이나 이중언어 교육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다문화학생 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언어 교사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데 대해 늦으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이 바꿔야 하며 아이들이 교육기관에서 나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중도입국자는 청소년 나이대가 많은데 이들은 한국어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집에서 인터넷만 하다 보니 인터넷 중독에 빠지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이제는 이들이 사회진로의 시점에 와 있다. 다문화 2세를 위한 ‘맞춤식 지원’과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교육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동시에 학교 적응이 힘든 다문화 2세를 위한 별도의 특성화된 교육기관의 운영도 확대돼야 한다. 한국은 ‘미등록 이주아동이 교육받을 권리’를 일부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을 제외하면 미등록 이주아동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이것은 아동의 기본권을 강화하고 있는 국제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맞춤형 교육 지원으로 다문가족도 같은 한국인의 가족이라는 인식하에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선의 추구가 요구된다. 완득이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불법체류자와 다문화가정, 가족의 붕괴 등 자칫하면 어두운 사회의 단면으로 빠질 수도 있으나 이질적인 요인을 동질적으로 공감하고 포용하며 함께하는 따뜻한 시선의 사회인식의 전환이야말로 선진국으로 가는 선결과제다.
/김경우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