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2 (토)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창룡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우중은 한때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의 우상이었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해 국내 재계서열 2~3위를 다투는 대우그룹을 일궈냈다.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 앞에 위용을 자랑하는 대우빌딩은 성장하는 한국경제의 분신이었고, 대우는 한때 삼성을 제치고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에 꼽히기도 했다. 특히 김우중은 국내 대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가장 먼저 세계로 눈을 돌려 1년 중 3분의 2 이상을 세계 곳곳을 누비는 글로벌경영에 나섰다. 무엇보다 수출기업이라고만 해도 우수기업 소리를 듣던 시절, 수출을 넘어 세계 각지에 공장을 세우고 400개에 가까운 현지법인을 거느린 미래경영은 그만의 혜안이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대우그룹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89년 그가 펴낸 자서전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당연히 베스트셀러가 됐고, 대한민국 CEO를 꿈꾸는 샐러리맨들이면 누구나 일독(一讀)을 했던 인생지침서이자 경영지침서였다. 책에는 자본금 500만원의 대우실업을 설립해 미국,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대우의 다이내믹한 성공담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대우그룹의 눈부신 급성장을 지켜보던 재계 일부에서는 김우중을 향해 ‘박정희 대통령의 혜택 속 성장’이니 ‘기업 사냥꾼’이니 하는 비난을 했지만 대우그룹이 한때 국내뿐 아니라 세계가 인정한 초우량기업이었음은 누구나 인정한다. 김우중이 정열을 쏟아 부은 대우건설, 대우증권, 대우조선 등은 당시 업계 최고봉에 올랐고, 대우그룹이 사라진 오늘날에도 주인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업계 최고 반열에 있다. 이 밖에 대우전자, 대우통신, 대우경제연구소 등도 대우출신이라는 인재를 통해 각 분야 발전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이 또한 김우중의 안목과 그의 경영능력이었음이 분명하다.

잘 나가가던 대우그룹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유동성부족에 시달리더니 1999년 8월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것으로 해체되는 비운을 맞았다. 아직까지 대우그룹의 공중분해를 두고 당시 정부 고위인사들과의 공방이 끝나지 않았으나 혜성같이 등장한 신생재벌이 유성처럼 사라졌다. 잊어진 인물로 치부되던 김우중이 지난 22일 대우출신들이 마련한 ‘대우 창립 45주년 기념식’에 참석, ‘대우는 왜?-가장 먼저 가장 멀리 해외로 나간 사람들 이야기’라는 책을 헌정받고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한때 대우의 부활을 꿈꾸던 이들도 있었으나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앞서갔던 선각자적 경영인의 경륜과 철학은 살벌한 글로벌시대를 헤쳐나가는 훌륭한 유산임에 틀림없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