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순덕이 그 돈으로 분식집을 차리자 온갖 거지들이 몰려와 분식집을 거덜내고, 파산 직전에 처한 순덕은 가짜 사촌오빠로 변장해 냉정하게 거지들을 쫓아낸다.
몰려드는 거지들 때문에 허구헌날 악독한 사촌오빠를 불러들여야 하는 순덕은 업친데 덮친 격으로 사기꾼 같은 견식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착하게 살고 싶은 한 뚱녀의 간절한 소망과 하이에나 떼처럼 그녀를 뜯어먹는 온갖 인간군상, 그리고 착한 뚱녀를 지키기 위해 악독한 오빠가 출현해야만 하는 얄궂은 세상사가 구수한 판소리를 통해 전해진다.
흥보가, 심청가, 춘향가, 적벽가, 수궁가 다섯 마당으로 대표되는 판소리에 21세기 들어 새로운 마당이 추가됐다. 판소리 연출가 남인우씨와 타고난 소리꾼 이자람이 만나 탄생한 현실풍자 판소리극 ‘사천가’가 바로 그것이다.
다음달 6일과 7일 2회에 걸쳐 공연되는 ‘판소리 브레히트-사천가’는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사극 ‘사천의 선인’을 바탕으로 21세기 한국적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작품으로, 우스꽝스럽고 한심한 세태를 시원스레 꼬집고 아우르며,현대적으로 맛깔 나게 풀어낸 ‘젊은 판소리극’이다. 특히 우리정서에 깃든 혼과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판소리로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로 시작하는 노래 ‘내이름 예솔아’의 주인공이자 12세의 나이에 판소리에 입문하고, 1997년 4시간에 걸친 판소리 심청가를 완창했으며 1999년에는 8시간 동안 춘향가를 완창해 ‘최연소·최장기 판소리 완창’ 기네스 기록을 세운 소리꾼 이자람씨가 극본을 쓰고, 판소리 작창(作唱)에, 출연까지 해 눈길을 끈다.
창작 판소리 장르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 ‘사천가’는 2007년 초연이래 매회 매진을 기록할 만큼 대중성을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서사극에서 출발해 판소리와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조화에 이르는 예술적 작품성에도 완벽한 극적 도달을 이룬 작품으로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인천공연은 우리의 소리, 우리의 흥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의 기립박수를 받는 젊은 판소리를 직접 눈과 귀로 즐기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6일(금) 20:00/4월 7일(토) 17:00,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R석4만원·S석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