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지동은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이다. 좀 낙후된 지역이긴 하지만 오래 거주한 토박이도 많고 이웃끼리의 정도 두텁다. 따라서 수원시가 추진하는 ‘수원마을 르네상스’ 마을 만들기 사업이 잘 추진되는 곳이 이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1일 이곳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 조선족 노동자가 20대 여성을 토막 살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범행 수법이 잔인해 전 국민적인 공분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 사건의 파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추방시켜야 한다는 극한의 상황까지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에서는 외국인 노둥자들에 대한 증오감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또 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급기야는 경찰이 공식 사과문을 내놨다.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이 6일 발표한 사과문에는 경찰의 미흡한 현장 대응으로 국민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대해 피해자와 유족, 국민들에게 사죄를 드린다는 내용과 당시 상황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겠다는 ‘사후약방문’도 들어있다. 그리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장 지휘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관할서장과 형사과장을 경질 조치했다. 납치된 여성이 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의 미숙한 대응으로 13시간 만에 토막살해된 채 발견된 이 끔찍한 사건의 책임은 당연히 경찰에게 있다.
자신의 위치를 비교적 소상히 공개하면서까지 다급하게 도와달라고 수없이 말했지만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경찰의 늦장대응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피해 여성은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 오지 않는 경찰을 기다리며 절박한 심정으로 살려달라고 애원했을까? 피해자의 처지를 생각할수록 경찰의 초동대처에 분노감이 생기고 아쉬움이 남는다. 경찰이 더 욕을 먹는 것은 거짓말 때문이다. 새로 밝혀진 부분은 당시 숨진 여성과 112신고센터 간에 전화가 연결된 것은 경찰이 밝혔던 1분20초가 아니라 총 7분36초였다는 것이다.
또 있다. 수원중부서 강력 7개 팀 형사 35명 전원이 현장에 도착했다고 발표한 것도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한정된 인원의 경찰이 모든 사건을 다 막을 순 없다. 그런데 이런 사건은 생명이 걸린, 촌각을 다투는 것이다. 실수와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경찰의 각성을 촉구한다. 아울러 112신고전화를 받는 인원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조치를 할 수 있는 베테랑급을 배치 시켜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