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무능한 경찰이 우리 주변에서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밥먹듯이 말해 온 것을 믿은 것이 잘못이다. 아무것도 속시원하게 해결해 준 것이 없다. 수원에서 20대 여성이 납치돼 살해됐다. 목숨이 위태롭고 성폭력이 자행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기치를 발휘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신고를 받은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피해 여성이 112 신고전화로 범행장소를 자세히 설명했으나, 경찰이 안일하고 무능하게 대처하는 사이 이 여성은 살인마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다. 피해자는 첫 신고 후에도 6시간 반 이상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초동 수사만 잘했어도 피해자가 생명을 보전했을 것이다. 경찰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번의 거짓말도 했다.
경찰의 자질과 교육 문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112 신고와 관련된 현장 출동 체계나 보고체계가 너무나 허술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신고를 받은 근무자는 112 신고센터에서 근무한 지 두 달 밖에 안됐고, 신고전화 응대요령도 익히지 못했다. 담당 경찰관들이 피해자의 비명을 전화로 들으며 “부부싸움 같다”고 한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힐 정도다. 신고 내용을 현장 경찰관들에게 전달하는 체계도 미흡하다. 피해자가 신고전화에서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전 집”이라고 장소를 자세히 설명했으나, 현장 경찰관들에게는 사건 현장이 ‘집안’이라는 중요한 팩트가 전달되지 않았다.
현장 경찰관들은 사안의 긴급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초기의 부실정보만 계속 들어야 했다. 사건 당일밤 경찰과 함께 현장 부근에 있던 피해자의 언니는 차 안에서 경찰관 2명이 졸기만 했다고 말했다. 한심한 일이다. 보고체계도 문제다. 중부경찰서장은 사건 발생 10시간 가까이 지난 다음날 오전 8시40분 오전회의 때 이 사건을 보고받았고, 경기경찰청장은 녹취록이 7분36초에 달한다는 것도 사건 발생 6일만에 보고받았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9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사퇴했다. 경찰은 우선 112 신고체제부터 전면 개편해야 한다. 지금처럼 전문성 없는 경찰이 교육도 받지 않고 신고전화를 담당하는 체제는 더 이상 안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의 초동조치가 신속한 사건 해결을 좌우하기 때문에 베테랑 경찰을 배치하거나 아예 신고 담당 직원을 전문화를 시켜야 한다. 지난 1999년 탈옥수 신창원을 신속히 검거한 것도 서울경찰청 112 지령센터의 한 베테랑 여경이 신고전화에 기민하게 대처한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