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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처 피지 못하고 져버린 소중한 생명을 보내며

 

예년과 달리 올해 봄은 유난히 늦게 찾아왔다. 들판과 거리에 아직 꽃이 만개하지도 않았는데, 소중한 꽃 한 송이가 지고 말았다. 얼마 전, 꽃샘추위와도 같은 일이 수원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일 20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뒤 잔인하게 토막살인돼 우리 사회를 온통 충격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사건 자체가 보여주는 범인의 잔인함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지만, 피해자의 신고에도 경찰이 초동수사 단계부터 안이한 대처를 했기 때문에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사건 발생 10시간 뒤인 2일 오전 9시 20분에 사건현장 인근을 탐문하던 경찰이 1층 다세대 주택에서 사건의 피의자인 오 씨를 붙잡았다. 하지만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점에 책임을 느낀 조현오 경찰청장이 사퇴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피의자인 오 씨는 경찰조사 결과 그동안 거제도, 용인, 대전, 부산, 제주도, 수원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거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거제도, 용인, 대전, 부산, 제주도, 수원 등 6개 지역의 미귀가자 및 실종자 150여 명을 중심으로 오 씨의 여죄를 수사해 왔는데, 이들 지역은 물론 서울 지역 미귀가자 및 실종자 명단과 오 씨가 관련이 있는 지 여부를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오 씨가 2007년 9월 취업비자로 최초 입국한 이후 2008년 1월과 5월, 2010년 1, 7, 9월, 2011년 1, 9, 10월 등 총 8차례에 걸쳐 중국 등 해외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는 지난 2003년 유영철이 21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것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오 씨는 검찰에 송치돼 또 다른 생명을 앗아가지는 않았는지 조사받고 있다. 이제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조사에 세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경찰은 이번과 같은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그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에 가장 크게 문제점을 지적받은 112센터의 경우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담당자들의 사건접수전화 응답방법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처럼 경찰 내부에서는 이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 위한 방법론들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관할지역인 경기경찰청 내 2만1천여 명의 경찰관들이 피해자 가족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

기쁨은 나누면 더 커지고, 슬픔은 나누면 줄어드는 법이다. 경기경찰청 상조회는 최근 수원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과 관련해 쏟아지는 국민적 비난에 경기경찰의 일원으로서 어느 때보다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을 느끼고, 피해자의 유족에게 전달할 ‘위로금’을 모금하고 있다. ‘위로금’ 몇 푼으로 소중한 생명이 되살아날 수는 없을 테지만, 이번 사건이 경기경찰청 내에서 일어났다는 점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경찰관들이 슬픔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이번 ‘위로금’ 모금 행사의 발단은 이러했다. 경기경찰청 기획예산계장(전 112신고센터장)은 ‘유족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뜻을 전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로 삼자’는 뜻에서 동료 경찰관들에게 위로금 모금 행사를 제안했다. 그 제안에 수백 명의 동료 경찰관들이 댓글과 전화로 동의를 표시해 줬다. 그러자 경기지방경찰청 상조회에서는 경기경찰의 일원으로서뿐 아니라 경기도민의 한 사람으로 유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나누기 위해 모금운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번 위로금은 관서나 단체별로 모금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금액에 관계없이 스스로 마음을 표시하기로 했다. 그런 따뜻한 마음이 유족들에게 잘 전해지기를 바란다. 경찰관 모두가 침울해 한다. 힘들고 어려운 경찰관들의 마음 또한 많이 아플 것이다. 그늘진 곳에서 오늘도 묵묵히 밤거리를 순찰하는 경찰이 있기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번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하나로 화합하고 국민중심의 경찰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병두 작가·경찰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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