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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은 왜 사라져야만 했는가?

찬란한 조선시대 과학문명-세종 르네상스를 이룬 장영실은 세종, 이순신과 함께 지금도 학생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역사적 위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장영실에 대해 잘 모른다.

특히 인간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다.

장영실의 출생과 성장, 가족사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장영실이 남긴 발명품만 장영실이란 이름과 함께 남았다.

실재했던 인간 장영실은 어떤 인간이었으며 어떻게 역사 속에서 사라졌는가?

세종의 충신으로 일생을 바쳤지만, 결국 알 수 없는 권력의 암투에 휘말려 명분 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장영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궁리’가 국립극단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고양문화재단 4개단체 공동제작으로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무대에 오른다.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는 고양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으로 장소를 옮겨 공연된다.

‘궁리’는 관노비 출생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현재 시점에서의 인간 장영실을 복원시킨다.

특히 연극은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을 당시 조선의 내부 상황과 조선을 둘러싼 동북아 국제 정세 속에서 파악함으로써 현대의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중요한 것들을 짚어준다.

장영실은 개국공신이나 양반 출신이 아닌 관노비 출생이었고, 서울 도성 사람이 아닌 부산이란 지역민이었고, 게다가 고려말 원나라 이주민 출신이란 점에서 철저한 변방인이었다.

변방인이었기에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장영실의 존재는 지금도 여전히 서울 중심 재벌 중심 학벌 중심사회 구조를 지닌 한국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불평등구조에 놓인 지역적 차별성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여기에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와 세종 중심 자주세력의 첨예한 대립을 부각시켜 현재 대한민국의 위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장영실 스토리텔링이 지난 역사 이야기 구조가 아닌, 지금 이곳 우리의 삶의 상징으로 제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한국의 문학적 아나키스트’라고 불릴 정도로 제도와 권력의 반대편에 서있는 한국 최고의 연출가 이윤택이 ‘궁리’의 연출을 맡았다.

올해로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의 작품은 습작이며 지금부터 100년을 남길만한 고전을 남기고 싶다”고 말하는 이윤택은 이번 연극공연을 위해 26명의 배우, 최고의 스텝들과 함께 현대와 조선을 넘나드는 무대를 만들었다.

연극 ‘궁리’는 그동안 이윤택이 주력해온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공연양식 무대화’의 완성형을 직접 확인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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