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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병든 잎

 

사람의 중년은 참으로 마른 잎 같은 계절일지도 모른다. 제 혀로 제 꼬리의 상처를 핥는 승냥이처럼, 종착점을 앞둔 마라토너의 빈혈이 느껴지는 시편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 몸에 피가 스쳐가는 지점이 선명히 느껴진다. 갈증의 목구멍으로 독주가 내려가듯 그렇게 혈류의 속도감을 느끼며 사는 중년들의 병든 입은 가을날의 병든 잎처럼 마른 혀처럼 시간의 뿌리를 찾아 맑은 피 한 방울을 그리워하며 산다. 상처투성이 인생들이 중년에 그 심장이 더욱 요동치는 것은 빠져나간 생기 때문이 아니라 결핍의 축적이 만들어 낸 시간의 숨 막힘 같은 것이리라. 중년들이여! 그대의 혀가 병든 잎처럼 갈라진다해도 당신의 심장은 더욱 요동 또 요동치리라./김윤환 시인

 

 

 

나는 피가 부족하다

내 피는 모두 가을이

낭자한 숲 속으로 흘러갔다

나무 가지 사이로 검붉은 비바람이 지나가고

피 비린내 나는 흡혈 계곡은

창백한 울음을 쏟아낸다

제 몸의 꼬리를 잡기 위해

제 몸의 둘레를 뱅글뱅글 도는

마른 숲의 갈라진 혓바닥,

종착지를 눈앞에 둔 마라토너처럼

나는 점점 흉흉해진다

마른 가지의 빈혈을 치유하기 위해

뿌리의 혈흔에 탐닉한다

낮달처럼 공허한 단풍의 숲을 통과한

핏덩이의 가을을 꿈꾼다

내 영혼의 동굴은 이미 붉게 물들었지만

재생 불량의 계곡에

핏 물 흥건한 초록물고기 한 마리 날아다닌다

피가 부족할수록

심장은 더욱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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