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더위가 지속되면서 도내 축산 농가들이 가축 폐사를 막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27일 오후 4시쯤 안성시 미강면 강덕리 육계 농가. 온통 차광막으로 뒤덮인 양계장 사이로 적막을 깨는 건 휘~잉 소리와 함께 쉴 새 없이 돌고 있는 대형 환풍기 뿐이었다.
“농가 찾아가봐야 반기지도 않을 텐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첫 말을 대신한 박모(65) 씨는 “날마다 더위와의 전쟁”이라는 짧은 말과 함께 양계장 안으로 이끌었다.
박 씨를 따라 양계장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에는 더위로 폐사한 닭 40여 마리가 쌓여있었고, 한쪽 끝에는 대형 환풍기가 내부 열기를 밖으로 내뿜고 있었다.
양계장 내부 온도는 34도. 한숨소리와 함께 양계장 내부를 이리저리 휘젓던 박 씨의 양손엔 어느새 5~6마리의 폐사된 닭이 들려 있었다.
박 씨가 축사 4개동(3천300㎡)에서 사육하고 있는 육계는 총 6만3천여마리, 이 중 하루평균 폐사량만 100여마리 이상이다.
박 씨는 “날마다 100마리 이상의 닭이 더위로 죽고 있는데 장마가 끝난 직후인 지난 24일에는 하루에 1천마리가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고 답답한 심경을 하소연했다.
이어 박 씨는 “양계장 내부 적정온도는 25도로 30도 이상이 되면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율이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농진청에 따르면 통상 가축 사육에 적합한 온도는 15~25도며 27도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 혈류, 호흡수 증가 등으로 열 발산을 높이려는 생기기능이 촉진돼 가축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폐사를 막는 관건은 양계장 내부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것.
이를 위해 박 씨는 각 동별로 대형 환풍기 11개를 설치, 열기를 외부로 배출시켜 내부 온도를 낮추는 한편 공기 흐름을 통한 체감온도를 감소시키고 있다.
또 대형 관정을 새로 파 양계장 지붕에 스프링클러를 설치, 오전 10시부터 해질 무렵인 오후 7시까지 돌리고 있다.
이와 함께 체열 발산에 의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 시간마다 양계장을 돌며 닭들이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
박 씨는 “닭은 자기 체온에 죽는 줄도 모르고 더위에 지쳐 꼼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24시간 돌다시피 하는 환풍기 등으로 인한 정전사태에 대비, 2천여만원을 들여 자가발전기를 설치했다.
지난해의 경우 갑작스런 한낮 3~4시간의 정전으로 5천마리의 닭을 폐사시킨 아픔을 경험한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염으로 인한 폐사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 씨는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평소 3% 미만에 그치던 폐사량이 자칫 10%대까지 치솟을 판”이라며 “사정이 이러니 잠시도 축사를 비우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폐사 발생으로 지자체에 신고를 하면 역학조사다, 방역이다 하는 이유로 끌려다니기만 하고 뚜렷한 대안책은 마련해 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농가입장에서는 시간만 소비해 손해인 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