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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박홍점 시인"오래된 판화"

흐릿한 피곤에 젖어 하루가 고집한다.

똑같은 꽃, 똑같은 샘,

같은, 똑같은 벚나무 그림자

넌 무슨 질문을 해? 저기 먼 바다가

헛되이 손짓한다. 그 거품들이 구른다

소리 없이 사랑의 열망을 선포한다

멀리, 멀리, 아득히 멀리서, 형체도 없이,

노란 비단막이 빛바랜 모습으로.

- 비센테 알레익산드레 시집 ‘파괴냐 사랑이냐’ /1995년/솔

 

 

 

매일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같은 곳에서 밥을 먹는 오래된 판화 밖으로 걸어 나간다. 가는 곳마다 긴 줄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퀴의 행렬들, 국도변의 들꽃들이 고개를 늘어뜨리고 하품을 한다. 바다도 만원이다. 계곡도 만원이다. 약속이나 한 듯이 가는 곳마다 넘쳐나는 사람들, 내가 닭강정을 먹으려 하면 그들도 닭강정을 먹으려하고 내가 호떡을 먹으려 하면 그들도 호떡을 먹으려고 긴 줄을 선다. 산 정상의 나무와 산 초입의 나무에 관한 이야기의 교훈은 뭘까요? 팜파스의 의미는 뭐에요? 혹시 임재범을 좋아하시나요? 고해를 들려 드릴게요. 격투기 선수였던 제 아버지는 청력을 잃어버리고 요리사가 되었어요……… 우연히 길 위에서 만난 소년과의 대화도 이제 바닥이 났다. 지루한 옥수수자루가 버스의 통로를 깔깔거리며 굴러간다. 그래도 좋단다. 모두들 판에 그린 듯한 일상이라는 오래된 판화 밖으로 걸어 나왔기 때문이다. /박홍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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