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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이현승"따뜻한 피"

삼촌은 도축업자

사실 피 묻은 칼보다 무서운 건

삼촌이 막 잡은 짐승의 살점을 입에 넣어줄 때



입속에 혀를 하나 더 넣어준 느낌

입속에선 토막 난 혀들이 뒤섞인다

혀가 가득한 입으론 아무 소리도 낼 수 없다



고기에서 죽은 짐승의 체온이 전해질 때

나는 더운 비를 맞고 있는 것 같다

바지 입고 오줌을 싼 것 같다



차 속에 빠진 각설탕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녹아내린다

네 귀와 모서리를 잃는다



삼촌이 한 점을 더 넣어준다면

심해 화산의 용암처럼 흘러내려

나의 눈물은 금세 돌멩이가 될 것 같다

- 이현승 시집 ‘친애하는 사물들’/ 문학동네


 

 

 

잡은 짐승을 해체하는 장면은 TV에서도 많이 본다. 그 자리에서 도려낸 살점을 나눠먹는다. 먹어보지 않아도 입안에 들어왔을 때의 그 물컹함, ‘입 속에 혀 하나가 들어온 것 같은 죽은 짐승의 체온’이 몸으로 느껴진다. 시인은 ‘바지 입고 오줌을 싼 것 같다’고 말한다. 죽음으로서 인간에게 육식을 보시하는 짐승이지만 짐승도 따뜻한 체온이 있다는 것을, 표현할 수 없는 짐승의 슬픈 눈물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직업이므로 도축업자는 짐승의 목숨줄을 끊는 일을 하겠지만 끔찍한 죽음을 목도하는 타자의 눈으로 보면 그들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평소 한없이 따뜻한 가족임에도 삼촌이 더 무서웠을 것이리라.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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