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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물배암



설악동에서 가평골로

퍼런 등 꿈틀이며 흐른다.



억새 쏴악쏴악

소리 지르는 산그늘 밑을 지나

감국甘菊들이 배시시 웃어 주는

산이 물러난 낮은 자리에

또아리를 틀고서

구부정한 나무에게 길을 묻는다.

“낮은 곳으로 가시게.”

- 시집 <불량한 시각> 중에서 -

/김춘

 

 

 

사는 일이 각박해졌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몸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래로 아래로만 흐르다가는 아예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세상을 채우고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의 전조는 보이지 않고, 밀려난 자는 다시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막판 드라마가 한창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 다급한 마음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럴수록 물에게 묻자. 더 낮은 곳으로, 모두를 껴안으며, 끝없이 기다리는 희망으로 오늘을 견디자. 퍼런 등을 꿈틀대며 억새가 속삭이는 들판을 지나 감국의 아름다운 미소를 읽는다. /장종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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