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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年辭]2013, 다시 희망을 찾아서

작은 삶속의 속살을 보듬어 일으켜 지역민과 함께 가자

계절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한파가 매섭다. 날이 추울수록 무릇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보온을 필요로 한다. 식물들이 볕을 향해 일제히 얼굴을 돌리고, 사람이 추위 앞에서 단단히 몸을 싸매는 일은 살아남기 위한 본능에 가깝다. 축적한 에너지가 충분하고 여유가 있을 때 생명은 윤택하고 빛난다. 반대로 여유분이 없는 삶은 그만한 소모전을 치러야 한다. 우리에게 현재의 시간은 엄혹하다. 남아 있는 여유분이 아주 적다. 다시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나 계절은 흐르는 시간의 연속선상에 있을 뿐 계절을 나고 해가 바뀐다고 해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흘러가는 시간, 그 어느 지점에선가 지금까지의 순환을 끊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것은 오로지 지혜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2013년 계사년 새해, 우리는 일단의 새로운 기회 앞에 섰다. 그래서 새해 슬로건을 ‘다시 희망이다’로 잡았다. 희망은 늘 위기 속에서 샘솟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국민적 역량과 지혜의 분량 만큼에 이른다. 지난 대선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역량은 또 한 번의 새로운 선택으로 집약됐다. 대선 결과를 두고 혹자는 가장 많은 득표를, 혹자는 가장 많은 반대표를 강조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국민들의 선택은 균형이었다. 역대 선거사상 처음으로 단일한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격전을 치른 투표에서 국민들은 승자에게 일방적인 승리를 허용하지 않았으며, 패자에게도 완패의 서글픔을 안겨주지 않았다. 그럼으로써 승자에게 오만의 빌미를, 패자에게 불복의 원인을 주지 않았다. 승자는 축하받아 마땅하고, 패자는 패자대로 미래의 가능성과 여지를 남겨 주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은 역시 슬기로웠다. 선거 과정에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이끌어 나갈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한편으로 한쪽에 기회를 허용하는 대신 다른 한쪽에는 더 많은 노력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먼저 기회를 준 쪽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균형으로 집약된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정당과 후보자간의 정책적 차별성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내건 주요 공약들, 정치쇄신과 복지, 경제민주화, 남북관계 개선, 국민통합 등은 야당이나 시민사회의 줄기찬 요구와 일치한다.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이룩하겠다는 공약도 그랬다. 여전히 한쪽의 우려와 다른 한쪽의 기대가 교차하면서 파열음을 낼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전의 선거와는 확연히 달랐다는 점은 분명 새로운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지난 5년을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주된 공약들은 대부분 진보진영으로부터는 용인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한반도 대운하 정책과 비핵 개방 3000,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표현됐던 친 재벌노선 등이 그랬다. 과도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던 정책들은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 막은 채 추진되었고, 가로막힌 소통은 국론을 분열시켰다. 균형을 상실한 각종 정책들은 결국 소득의 양극화와 사회적 격차의 심화로 나타났다. 중산층은 쪼그라들었고, 서민층의 살림은 더욱 피폐해졌다. 경쟁이 극대화 되고, 공동체의 미덕은 사라졌다. 마침내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민생은 백척간두에 섰다. 새로운 대통령과 새 정부가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모두로부터 지지받은 공약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은 균형을 선택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다. 균형을 위한 노력이 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일로부터 먼저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연약한 삶과 허약한 계층의 요구를 먼저 듣는 건 작금의 정치지형에서 패한 쪽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이 된다. 승자의 포용과 아량은 새 정부의 전도를 닦는 정지작업으로도 손색없이 어울린다.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대통령이 다 알아서 해주길 바라거나 하루아침에 모든 어려움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 다수의 선택으로 뽑은 대통령이니 무조건 돕고 봐야 한다는 자세도 옳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이야말로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현이 필요하다. 새 대통령과 정부가 일관되고 균형 잡힌 정책과 태도로 약속을 이행하도록 감시하고 비판하고 촉구해야 마땅하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시민사회의 역할이 정부 못지않다.

각각의 영역에서 필요한 담론을 생산하고 실천해 가는 시민사회와 공동체의 노력이 적극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담론은 아래로부터 위로 흘러야 하고, 실천은 가까운 곳으로부터 시작해 먼 곳으로 이동해 가야 한다. 민주주의 실험은 지역으로부터 먼저 계속돼야 하고 확산해 가야 한다. 희망은 개개인의 삶의 현장으로부터 온기를 불어 넣어 총체적인 성취로 이끌어 가야 한다.

무릇 시대의 교체는 고착화된 모든 제도와 기득권 구조에 균열을 냄으로써만 새롭게 도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단연 긴요하고 중요한 문제가 언로를 확보하는 일이다. 여론은 흘러야 한다. 건강하게 흘러서 막힌 곳을 뚫어야 한다. 용기 있는 언론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지난 몇 차례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언론의 실패가 참담한 국론분열로 이어져온 사실을 상기하면서 언론의 마땅한 도리를 다시 묻고자 한다. 경기신문은 올 한 해도 비판할 것은 과감히 비판하되 작은 삶들의 속살을 보듬어 일으켜 세우는 정론의 길로 경기 인천 지역민과 함께 가고자 한다. 어제는 비록 어두웠지만 희망으로 여는 새해 새아침,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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