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도권 지하철 개통이 줄을 이었다. 수인선(오이도~송도)을 비롯해 분당선 연장(선릉-왕십리), 분당선(기흥~망포), 경의선(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공덕) 등이 잇따라 개통됐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지하철 개통에 따른 매매가 상승 효과는 미미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지하철 개통은 대규모 개발 사업과 함께 부동산 가격을 이끄는 확실한 재료로 손꼽히곤 했지만 지난해 개통한 지역의 집값은 전셋값만 올랐을 뿐 매매가격 상승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지난해 4분기 수도권 지하철 개통 잇따라
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수인선(오이도~송도)에 이어 10월 분당선 연장선(선릉-왕십리), 7호선 연장선(부평구청-온수)이 개통됐다.
또 12월 분당선(기흥~망포), 경의선(DMC~공덕), 경춘선(별내역 신설) 등이 이어졌다.
분당선 연장 개통으로 한강 이남·북의 이동이 한결 수월해졌고 7호선 연장선도 인천에서 강남역까지 1시간 14분에서 54분으로 20분 줄면서 출퇴근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12월 개통된 지하철(전철)의 경우 연결구간이 짧거나 추가개통 된 노선이 대부분이었으나 서울 이동 접근성은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 지하철 개통 효과,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달라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수도권 지하철 개통 효과가 빛을 바랬다. 통상적으로 교통망이 확충되면 개발 발표와 착공, 개통시점에 집값이 오르게 마련인데 지난해에는 계속된 주택시장 침체로 ‘개통 시점 효과’가 사라졌다.
특히 세간의 높은 관심 속에 인천과 강남을 연결하는 7호선 연장선이 8년여의 공사를 마치고 2012년 10월 개통됐으나 전셋값 상승 외에 매매가격은 별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개통 전후 수혜지역에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일부 저가 매물 중심으로 거래는 늘었을지 모르나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밖에도 연내 개통한 분당선(선릉~왕십리), 경의선(DMC~공덕), 분당선(기흥~망포) 등도 전셋값만 올랐을 뿐 매매가격은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약세가 계속됐다.
이는 지하철 이외 BRT(간선급행버스시스템) 등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이 발달했고 자가차량을 이용하는 비중도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하철 개통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끄는 주요 재료임에는 틀림 없지만 주택경기의 침체 속에서 개통 효과만으로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다소 힘든 모습이다.
지난 2009년 7월 개통한 지하철 9호선은 개통 전후 반짝 효과를 얻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쳐 조정된 집값이 회복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개통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역적 특성도 한몫 했다.
9호선 최대 수혜지역으로 손꼽힌 강서구의 경우 방화동, 가양동, 등촌동, 염창동 등에 대규모 아파트 촌이 형성돼 있는데다 소형 아파트 비중도 높아 서울 다른 자치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입 부담이 덜했다.
여기에 여의도를 지나 강남으로 이어지는 노선은 주거 수요를 끌어 들이기에 충분했다.
2000년 초반 개통한 6호선 역시 가격 상승시기와 맞물리면서 개통시점 가격 상승효과가 나타났다. 서울 강북권과 마포 등 도심권역을 연결하는 지역적 특성도 크게 작용했다.
◇ 신분당선 효과, 판교역 주변 소폭 오름세
주택경기 침체로 지하철(전철) 개통 전후의 효과는 크게 반감됐어도 일부 수혜지역은 침체 국면에도 불구하고 소폭 오르거나 가격 하락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2011년 개통한 신분당선 영향으로 판교역 주변 백현동 등 일부 지역은 연간 기준으로 소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또 분당선 연장선(기흥~망포)의 수혜 지역인 상갈동은 소폭 떨어지기는 했으나 개통 영향으로 낙폭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교통망 확충 외 지역적 여건에 따라 가격 부침이 있었겠지만 개통 효과가 상당부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수도권에서는 다양한 지하철(전철) 노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 용인경전철을 비롯해 분당선 연장선(망포~수원) 등 주요 노선이 확충된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비록 주택시장 침체로 예년과 같은 개통 효과는 찾아 볼 수 없다”며 “하지만 지역적 특성과 노선에 따라 개통 효과가 다른 만큼 연내 내집마련을 계획하고 있는 수요자라면 주변 새롭게 교통망 뚫리는 지역에 관심을 가져 볼만 하다”고 조언했다.